국가안전대진단, 골든액션이 되어야 한다

      2021.12.30 09:18   수정 : 2021.12.30 14:28기사원문
우리는 안전대책의 일환으로 늘 골든타임을 강조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강조하는 개념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상의 조치를 의미하는 '골든액션'이다. 골든액션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행동까지 포함한다.

대형 크레인에서 느슨해진 볼트 하나를 사전에 발견해 다시 죄는 골든액션이 크레인 붕괴사고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골든액션이 바로 국가안전대진단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세월호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매년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이 함께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해 나가기 위한 진단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8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하였다.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의 평가단장으로 참여하며 국가안전대진단이 국민 안전과 사고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지자체마다 행안부 및 중앙부처와 유기적인 협력 하에 점검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었다. 행안부가 관계기관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기본계획을, 각 부처가 소관 분야별 실행계획을 수립한 후 지자체가 이를 반영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점검계획을 세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에서 몇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우선 지자체나 행안부가 점검 및 평가 등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와 매뉴얼 마련에 에너지를 집중해 점검활동의 효율성이 다소 저하된 점이다.

물론 매뉴얼은 중요하다. 한때 일본의 빈틈없는 매뉴얼 시스템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매뉴얼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에는 기후환경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매뉴얼에 포함할 수 없는 의외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재난에 매뉴얼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과거 발생한 사고와 예상사고의 유형에 맞게 매뉴얼을 최적화하는 데 역량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할 수 없는 유형의 사고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서 일본의 한 전문가의 발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안전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라(Think the unthinkable)”고 역설했다. 더불어 ‘점검되지 않는 곳을 점검하는(Check the unchecked)’ 노력도 필요하다.

국가안전대진단의 세부기준 마련을 통해 개별법상의 점검과 차별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사한 점검이 반복되다 보니 일부 지자체에서는 피로감과 불만까지 엿보였다. 각 지자체는 이미 기존의 시설유형별 개별법에 따라 점검하면서 제도적 규정을 준수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안전대진단에서는 점검 관련 규정의 미비점이나 개별법상에 포함되지 않은 안전 사각지대 점검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요 위험요소는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약 2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실시됨에도 불구하고 국민 참여도 여전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전은 정부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 참여가 없는 안전 대책은 신기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도 범국민적 자율안전점검 실천운동과 전략적 홍보 등을 통해 사회전반의 안전문화 확산과 정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향후에는 국민참여를 바탕으로 기관별 위험요소를 유형별·지역별·시기별로 분류하여 연간 안전점검 계획에 반영하는 등 체계적이고 세밀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유휴인력인 퇴직전문가들을 참여케 하여 생활주변의 안전 위험사항을 미리 파악하고 제보하는 일상점검반을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가스나 전기 검침원, 야쿠르트 배달원 등 생활반경이 넓은 인력을 활용해 인센티브를 제공해 수시 제보를 받아 대응할 필요도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오지만 반대로 우리에게 보이지 않은 위험을 안겨주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기술이 발전하는 고속철도나 초고층 건물, 인터넷 등과 관련해 사고가 난다면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의 피해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ICT·IoT·AI·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앞서나가는 데 우리의 안전 대책이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도 검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안전대진단 전담부서에서도 전문적인 역량을 갖고 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단법인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이송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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