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국힘
2021.12.30 18:00
수정 : 2021.12.30 18:00기사원문
국힘 내홍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다. 한마디로 콩가루집안이다. 대선 전략을 주도해야 할 당대표가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이 대표는 29일에도 "선대위 복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대표는 후보를 곤궁에 빠뜨리고, 후보는 이런 당대표를 끌어안지 못한다. 유권자를 우습게 봐서 생긴 일이다. 당내엔 이를 말릴 세력도 없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네거티브전으로 진행 중이다. 국힘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 며칠 전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잘한 일이다. 여기서 국힘은 네거티브를 끊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계속 이재명 후보 아들을 물고 늘어졌다. 그러다 착오가 있었다며 유감의 뜻을 표하기도 했으니 자충수가 따로 없다. 2016년 미국 대선 찬조연설에서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그들이 낮게 가면 우리는 높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국힘은 상대가 저속하게 나올 때 품위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국힘의 최대 전략 미스는 윤석열표 공약 부재다. 윤 후보는 반문재인 바람 덕에 후보까지 됐다. 그러나 대선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놓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게임이다. 반문 정책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윤 후보는 29일 "독재정부는 경제를 살렸는데 이 정부는 뭘 했나"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비판은 쉽지만 대안 제시는 어렵다. 그렇게 말하는 윤 후보의 간판 공약은 뭔가? 코로나 양극화를 해소할 복지정책 비전은 있는가? 성장과 효율만 중시하면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가자는 건가? 윤 후보는 이런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자기 색깔이 또렷하다. 그를 지지하든 안 하든 기본소득·국토보유세가 이 후보의 간판정책이라는 건 모든 이가 안다.
네거티브에 질린 유권자들 사이에 후보 교체론이 나온다. 교체론은 민주당 지지층보다 국힘 지지층에서 훨씬 높다. 그 바람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위상이 달라졌다. 유권자는 진보에 10년(김대중·노무현), 보수에 9년(이명박·박근혜)을 맡겼다. 어느 쪽이든 두 번 기회를 준 셈이다. 누구 말대로 진보가 20년, 50년 집권하는 일은 없겠지만, 10년 집권은 언제든 가능하다. 윤 후보와 국힘은 더 이상 실책을 저지를 여유가 없다. 유권자를 맨 앞에 두면 길이 보인다. 새해에도 내내 그 타령이면 대실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