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 법관 탄핵 심판·초유의 '빈칸 성적표'…올해의 법원 판결
2021.12.31 17:01
수정 : 2021.12.31 17: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법원에서는 헌정사상 최초 법관 탄핵 심판과 초유의 '빈칸 성적표' 사태를 낳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등 굵직한 사건과 그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법관들 줄줄이 '무죄'…헌정사상 최초 법관탄핵은 '각하'
'사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관들은 올해 줄줄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에 근무하던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측근의 재판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지난 10월 가장 먼저 무죄를 확정받았다.
지난달에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 겨냥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 사건기록을 통해 검찰 수사상황과 계획을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 30일에는 법원장 재직 당시 소속 직원들이 연루된 비리 사건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현 수원고법 부장판사)의 무죄가 확정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이뤄진 현직법관에 대한 탄핵 심판은 각하됐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임 전 부장판사는 임기 만료로 퇴임하기 20여일 전인 올해 2월 5일 탄핵 심판에 넘겨졌고, 헌재는 "이미 퇴직한 상태로 탄핵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재판관 5(각하) 대 3(인용) 의견으로 각하 판결했다. 재판관 1명은 심판 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동의해야 법관을 파면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서 '범죄단체 조직' 인정한 대법…'박사방' 조주빈 징역 42년 확정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만든 성 착취물이 유포됐던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에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 최초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범죄단체조직, 살인예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은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을 확정받았다. 10년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과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등도 선고받았다.
검찰은 박사방 가담자들이 범죄 목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내부 규율을 만드는 등 단순한 음란물 공유를 넘어선 범죄집단이라고 봤고, 1·2심과 대법원은 모두 조씨의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공익근무요원 '도널드푸틴' 강모씨, 전직 거제시청 공무원 '랄로' 천모씨는 각각 징역 13년을, 유료회원 '블루99' 임모씨와 '오뎅' 장모씨는 각각 징역 8년과 7년을 확정받았다.
■초유의 '빈칸 성적표'…논란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결국 '정답 취소'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는 결국 소송과 입시 일정 연기로 이어졌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Ⅰ과 집단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하지만 주어진 설정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오면서 문항이 오류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수험생 92명은 이 문항에 대한 정답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과 함께 정답 결정 효력을 임시로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과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모두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평가원은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6515명의 수험생에게 초유의 '빈칸 성적표'를 제공했고, 대학은 수시 합격자 발표일, 정시 모집 원서 접수 기간을 1~2일 연기했다.
법원의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평가원이 패소한 지난 15일,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출제 오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