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대선의 해' 통합과 공존을 향해
2022.01.02 17:19
수정 : 2022.01.02 18:47기사원문
대선의 해가 밝았다. 하루하루 발 빠르게 변하는 대선정국 속에 여야 주요 대선후보들의 지지율도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 주요 후보들은 각종 리스크에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저마다 차별화 시도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민심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유권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코로나19 손실보상을 놓고 여야 후보들의 정책 진검 대결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후보와 주변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으로 정책 경쟁 분위기는 희석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응할 역량 검증도 필요하지만, 이 역시 대선 정국에선 후순위로 미뤄지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신년기획을 통해 정치평론가 4명과의 대담으로 대선 정국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이들 전문가는 '공정'과 '경제회복'이란 공통된 요구 속에 예전 대선보다 '다양화'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수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해 주요 대선후보들이 10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꺼내든 것을 놓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지원 방식을 놓고 보편과 선별 지원 방식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각각 겨냥한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의 파괴력에 대해선 이미 여론에 반영됐다는 평가 속에 이번 대선 구도는 박빙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제3지대의 영향력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했다.
각 후보들이 극복할 점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는 이재명 후보에겐 과거 본인의 어려웠던 경험의 극복을, 윤석열 후보에겐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대담에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가나다순)이 참여했다.
―내년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적 흐름은 무엇인가.
▲안병진=지금 시대정신은 불안함과 공정함, 그 속에 있는 시민의 삶이다. 코로나19라든지, 세계 경제도, 대한민국도 불확실성 속으로 가고 있다. 그 속에서 모든 사람이 조금 더 공정한 것, 그리고 자신의 삶의 안정성에 대한 화두가 지배적이다.
▲홍형식=이번 대선은 과거의 대선과 전혀 다르다. 가장 큰 것이 각 세대, 계층들의 생각이 다양화된 것이다. 여기에 탄핵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들이 가진 가치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이런 상황을 킹 메이커라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정치감각이 뛰어난 이재명 후보조차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신율=시대정신은 공정과 시장경제의 회복이다. 공정은 이 정권 내내 불거진 문제여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 시장경제는 경제성장과 부동산의 정상화다. 과제를 얘기한다면 코로나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인데, 이 상태로는 곤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윤태곤=안타깝게도 정권재창출론과 정권교체론의 충돌이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젠더 갈등, 공정 이슈도 이 2개의 충돌로 수렴되고 있다. 다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포스트코로나 등이 더 부각될 것이라 본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유권자의 선택기준은.
▲홍=자신에게 편리하고 이익이 되는 게 큰 기준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개인의 편익을 뛰어넘는 것을 본다. 국가 공동체와 자신의 편익을 조화시킬 줄 아는 국민이다. 6·25 전쟁과 IMF 외환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국가가 흔들리면 자신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익을 지향해도 공동체적 위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이 안 먹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 재정이 파탄나기 때문이다. 월급도 안 나오는 사람이 월 100만원 갖고 어떻게 먹고사나. 이 정도를 소득이라고 하면 안된다.
▲안=정치학에선 회고적 투표와 전망 투표로 나누는데, 회고는 과거 업적에 대한 것이고, 전망은 미래 비전에 대한 것이다. 지금은 회고적 투표 성격이 중요하다. 반면 민주당에 가까운 유권자들은 전망 투표를 한다. 이재명이 시민들의 문제를 강하게 해결해 바꿔줄 것이란 미래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신=결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할 거 같다. 코로나 문제와도 다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윤=이미 각당 경선 단계에서부터 유권자들은 본선 경쟁력, 상대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이란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다. 그 기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박빙 전망이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은.
▲신=이번 대선은 박빙이 맞다. 2012년에 치러진 박근혜 후보 대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던 18대 대선과 비교할 수 있겠다. 그때와 지금이 정당 지지도나 후보들의 지지율 추세가 비슷하다. 앞으로 지지율 격차는 더 좁혀질 것이다.
▲안=구도는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재명 후보가 승부를 보는 구도다. 정권교체 여론이 일관되게 10% 정도 더 높다. 그런데 다소 아마추어적인 양당 두 후보가 가지는 대단한 불안정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때문에 지지율 진폭이 워낙 크게 나타날 것이다. 소위 제3지대와의 합종연횡도 불확실해 구도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겠지만, 이재명 후보가 일단 불리한 상황인 것은 맞다.
▲홍=둘 다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예측은 쉽지 않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 양당으로 강력하게 쪼개져 있어서 백중지세로 예상한다. 높아진 유권자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둘 중에 누군가가 득도를 한 것처럼 확 바뀔 경우 판세가 바뀔 수도 있다.
▲윤=현 단계에서 이런 전망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각 진영이 큰 사건 사고 없이 무난하게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예상할 수 있겠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나.
―이재명 후보 관련 대장동 의혹과 윤석열 후보 관련 고발사주 의혹 특검 가능성과 지지율 영향은.
▲윤=고발사주 의혹보다 대장동 게이트 의혹 영향이 더 크다. 사법적인 처리와 별개로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프레임에 크게 손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고발사주 의혹은 오히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부실함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꼭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하게 전개될지 의문이다. 특검 도입은 무망해 보인다.
▲신=두 사안은 이미 어느 정도 지지율에 반영이 됐을 수 있다. 그래서 아마 큰 영향은 주지 못할 듯하다. 현 정권 들어와서 굉장히 양분화됐다. 현재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진영논리에 입각해서 지지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능력이나 도덕성으로 지지하는 게 아니다.
▲안=특검 문제에 있어 후보와 실제 실무적 협의는 다른 범주의 문제다. 특검은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서로 줄다리기 하면서 지루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전 특검은 어렵다.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발표는 검찰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된다. 다만 한국이란 나라가 모든 게 가능한 나라라서 예단은 불가능하다.
▲홍=그 문제들로 특검을 하든 안하든 국민들의 판단은 끝났다고 본다. 이미 지금 여론에 70~80% 정도가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건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이재명 아들 논란, 윤석열 부인 의혹 등 사건 하나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자기 캠페인 전반에 큰 틀의 변화를 끌어갈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코로나19 대책으로 소상공인 100조원 지원이 거론되면서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홍=국가 정책에 협조해서 손실을 입은 사람들, 즉 자영업자들에겐 손실보상이 맞다. 그건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데 대한 보상인 것이다. 예전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고무신을 나눠준다며 매표행위를 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국민이 그런 걸 구분할 정도로 수준이 올랐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그런 수준을 못 쫓아가고 예전 운동권 세력이 했던 방식처럼 이분법을 하고 있고, 윤석열 후보는 좌파 공격과 문재인 대통령 공격만 하고 있다.
▲안=두 가지 다 결합이다. 선거니까 경기부양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이 자영업자에 대한 지나친 희생에 기반한 방역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코로나19가 만들어낸 확대재정과 큰 정부의 불가피한 흐름이다. 제가 김종인이라 해도 100조 지원을 했을 것이다. 꼭 포퓰리즘이라 하기는 어렵다.
▲윤=여러 영역에서 '퍼준다' 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다. 듣는 사람도 안 믿겠지만 말하는 사람도 별로 안 믿는 것 같다. 다만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것 같다.
▲신=현재의 돈풀기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란 것을 말씀드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전국민에게 골고루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외에 코로나19 때문에 월급이 깎인 직장인들이 얼마나 있겠나. 오히려 그 돈을 모아 진짜 타격받는 사람들에게 주는 게 낫다.
―심상정·안철수·김동연 등 제3지대 후보 연대론의 영향력과 여야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윤=제3지대 연대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명분도 다르다. 연대를 했을 때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거대 양당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크다 해도 그 에너지는 상호간에 작용하지 바깥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있다.
▲신=제3지대 파괴력은 있다. 그 사람들이 당선될 정도의 파괴력이 있는 게 아니고 1~2% 싸움, 박빙 싸움에선 그 사람들의 근소한 지지율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단일화한다면 최고의 변수가 된다. 문제는 단일화할 가능성이 작다는 데 있다. 특히 제3지대 간 단일화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유리한 여론과 함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지휘가 맞물려 선순환을 낸다면, 5~10%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입장에선 레버리지가 불리해진다. 안철수 후보가 본인 자력으로 10~15%의 지지율을 얻는다면 힘이 생기겠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김종인이란 프로가 결합했기 때문에 안 후보도 어리석은 캠페인을 하기는 어렵다.
▲홍=박빙일 때는 단일화가 변수가 된다. 박빙일 수도 있지만 두 후보 중 누군가가 깨우쳐 한쪽 지지율이 높아질 수도 있어 단일화가 필요 없을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제3지대 연대는 가능성도 없고 변수도 안된다.
―유독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데, 후보별 취약점과 보강이 필요한 부분은.
▲안=이재명 후보는 지금 지나치게 선거 승리를 위해서 가치 없이 오락가락하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게 또 하나의 리스크일 것이다. 조변석개할 것이 아니라 무게감 있는, 가치에 소구하는 발언을 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본인이 큰 가치를 던지되, 그 팀에 합류하는 새로운 인재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통합할 전망을 보여줘야 한다. 윤 후보는 전두환 얘기만 해도 그렇게 어리석게 얘기할 게 아니라 "문제가 있었지만 최소한 경제수석은 훌륭한 사람을 등용했기에 3저호황이 있었다"고 말했다면 이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넘어 부인할 수 없는 팩트라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다운 사람을 뽑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둘 다 현재로선 그런 느낌이 없으니 비호감도가 높은 것이다.
▲홍=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이 어렵게 살았던, 경험치를 극복해야 한다. 본인이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 갔던 것을 일반화해 나오는 정책이 많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게 기본소득이다. 이 후보 개인사는 안타깝지만 그가 국민 평균치보다 더 가난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늘날 바뀐 세상에 맞춰야 한다. 과거에 잡혀 있는 발상에서 벗어나 미래로 가야 한다. 이 후보에겐 은연중에 나타나는 분노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이 후보 얼굴이 편한 얼굴이 아니다. 대통령 본인이 편한 마음을 갖지 않고 통치를 하면 국민이 편할 수 없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를 모른다. 보수가 대선에서 진짜 승리한 것을 벤치마킹하고 배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70%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이길 수밖에 없던 선거에 뛰었던, 전략 없는 선거로 이겼던 사람들이다. 윤석열 후보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문재인 당시 후보를 이겼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람들의 전략 전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니 지금 정권교체 여론이 이렇게 큰데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정서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박근혜 캠프 때의 기묘했던 선거전략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 호감도가 높아서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인지도가 높을수록 비호감도가 높다. 그리고 지지율이 높을수록 비호감도가 높다. 취약점은 두 후보 모두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본인들의 주장이 추상적으로 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선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된 신뢰성을 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쪽에선 유연한 실용주의라고 하는데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유연한 것은 왔다갔다 하는 것밖에 안된다. 물론 윤 후보도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윤=캠페인은 자기 지지율을 높이거나, 자기에 대한 반대 강도를 낮추거나, 상대 지지를 낮추거나, 상대에 대한 반대 강도를 높이는 네 가지로 전개된다. 약한 지지층, 약한 반대층을 바라보고 선거운동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