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또 다른 국제파워,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2022.01.04 17:37
수정 : 2022.01.04 18:07기사원문
냉전기→탈냉전기→탈탈냉전기 등 국제정치의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패권의 지위를 빼앗길 것이라 전망했지만 이러한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그렇다면 미국이 오랜 기간 동안 패권의 지위를 유지하게 해준 동력은 무엇인가. 전 세계로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과 그 중심에 초대형항공모함(supercarrier)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은 절대안전자산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고 IMF와 세계은행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지구촌 다른 국가들에 대한 강력한 레버리지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하드파워 뿐 아니라 미국식 민주주의 등 국경을 가로질러 전 세계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화와 기술에서 포용과 혁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융합돼 미국이 패권의 지위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 패권 유지 가능 자산, 림팩훈련
미국의 패권지속 유지 가능자산 중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 환태평양 훈련) 훈련도 빼놓을 수 없다.
림팩은 세계 최대 규모 해군 연합훈련으로 1971년 시작돼 1974년부터는 짝수 연도에 격년으로 열리며 8월 하와이 근해에서 2주간 진행돼왔다.
2018년에도 한국·일본을 비롯해 25개국이 참가했고 2020년엔 코로나19 여파로 10개국이 참가했다.
미 해군은 올 2022년 여름, 20개국 48개 부대와 2만5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미국 해군 3함대사령관이 주관하는 림팩훈련은 동맹국, 우방국 등 전 세계 해군과 대규모로 연합훈련을 펼치는 사실상 해군 올림픽"이라며 "사격대회를 통해 우승국을 선발하기도 하고 미사일, 어뢰 등 실발사훈련을 통해 실전능력을 배양한다"고 말했다.
특히 참가국 해군 모두가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증진시키고 작전적 협력을 한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해군훈련인 것이다.
반 센터장은 "이 훈련의 주관이 미국이기에 누가 이 훈련에 참가할지 각 국면별 지휘관은 어느 국가가 수행할 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미국에게 있고 이는 미국의 지위를 공고화한다"며 "결국 미국의 레버리지를 높이는 측면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대중국 견제, 림팩정치 강화 시도 대만 초청, 중국 배제
최근 미국이 대중국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림팩정치를 더 치밀하게 구사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 27일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는데 이 법안에는 2022년 림팩훈련에 대만해군 초청 필요성이 적시된 것이다.
반 센터장은 또 "중국이 일국양제 개념 하에 대만을 주권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미국이 대만해군을 림팩훈련에 초청한 것은 해군 차원의 단순 초청의 의미를 넘어선다"며 "미국은 림팩정치를 통해 ‘반중국·친대만’ 정책 지속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대만 해군 초청을 담론화하면서 중국은 더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중국을 적성국으로 림팩훈련에 초청하지 않아 왔지만 소위, 해양신뢰구축조치(Maritime Confidence Building Measures)의 일환으로 오바마 정부 때인 2014년과 2016년 림팩에 옵서버로 초청한 바 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미국은 중국을 림팩훈련에 의도적으로 초청하지 않았다. 중국의 현상변경정책이 노골화되면서 신뢰구축조치보다 대중국 견제를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중국은 한국을 대상으로 미국이 아닌 자국의 편을 들라고 압박을 행사하여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중국의 반발과 대응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중국 '회색지대 강압 전략'으로 림팩 약화 시도 가능성...한국 원칙에 입각한 대응 전략 필요
내년 림팩에 '대만 해군을 초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美 ‘2022 국방수권(NDAA)’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서명했다고 지난해 12월 28일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이번 의회를 통과한 NDAA엔 1979년 통과된 대만관계법을 토대로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있고 현대적인 국방력 개발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고 전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공동정보센터의 전운영 책임자 칼 슈스터는 “림팩 참여를 공식화하면 대만은 미국의 친구이자 파트너로 표시된다”며 "중국이 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림팩 참가국들에게 대만 부대의 훈련 참여를 거부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 보도 다음날인 29일 중국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을 통해 “미국이 대만 카드와 엄청난 군비를 앞세워 중국을 옥죄고 있다”며 “미국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봉쇄하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누구든 불장난을 치다간 불에 타버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 센터장은 "한국해군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림팩훈련에 참가해 왔지만 중국이 자국 중심의 연합훈련에 한국 해군을 초청하는 등 림팩훈련의 레버리지 약화를 시도할 수 있다"며 "한국이 중국의 이러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드보복 사례에서 보듯이 '회색지대 강압'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현안에 미봉책으로 대응하는 자세로는 회색지대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며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수세성을 관성적으로 유지한다면 국익과 안보이익이 잠식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러한 시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유비무환'의 자세로 '원칙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국방·외교·안보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