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협상 여지 둔 공정위… 항공산업 독과점 특수성 감안하나
2022.01.04 18:14
수정 : 2022.01.04 18:14기사원문
또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오는 20일 나올 예정인데 부결 가능성이 높아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재매각 방향도 관심이다.
■공정위 조건 관건…"절충안 나올 것"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운수권 재분배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양사 결합을 승인하는 내용이 담긴 기업결합심사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기업측 의견서를 받은 뒤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일부 노선 운항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장거리 노선에서 통합 항공사를 대체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LCC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어 대형기 도입에 한계가 있고, 자국민의 한국행이 많지 않은 외항사가 인천 노선 운항을 확대할지 미지수다. 또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도 난관이다. 현재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이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공정위가 슬롯, 노선 배분, 운수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 안한 것은 그만큼 대한항공과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며 "공정위가 인수에 너무 우호적으로 접근할 경우 외국 심사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일종의 화두를 던진 셈인데, 대한항공이 그에 맞는 절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아시나아항공을 인수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글로벌 톱10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산업·고용의 안정화를 가져오게 된다"며 "공정위도 어느 정도 독과점이 될 수밖에 없는 항공산업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에 발목 잡히나…대우조선 앞날은
현대중공업 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건은 EU 집행위원회가 열쇠를 쥐고 있다. 공정위가 2019년 7월 양사 간 인수합병 신고서를 받은 이래 2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EU는 오는 20일까지 관련 심사를 끝내기로 했다.
EU는 유럽 지역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선사가 몰려 있는 만큼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조선해양은 경쟁제한성 우려를 불식하고자 대안을 내놨지만 EU 당국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인수 심사 결과가 무엇이든 악재는 아니다"라면서 "인수를 미승인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으로의 1조5000억원 증자 계획이 철회돼 한국조선해양은 여유자금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인수가 무산될 경우 당장 실적에는 영향이 없지만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가 무산되면 지금처럼 3사 경쟁체제가 유지될텐데, 3사 모두 수주 잔고를 넉넉히 채워놓은 만큼 과거와 같은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계는 양사가 인수합병되길 원하는 분위기"라면서 "수주 등의 과정에서 3개사가 경쟁하는 것보다 2개사가 경쟁하는 게 가격적으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