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를 쿵" 잇따르는 산후도우미 아동학대..도우미 처우개선 선행돼야

      2022.01.06 16:51   수정 : 2022.01.06 16: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산후도우미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후도우미의 선발·관리 제도와 처우 등 전면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령상 산후도우미는 60시간의 교육 등을 받으면 누구나 자격을 갖출 수 있지만 자격 취득 후 이들을 관리하는 체계는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신생아를 '쿵'.. 산후도우미 아동학대 증가세
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지원 산후도우미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 발생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란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 산모의 가정을 방문해 산후 회복과 신생아 양육을 돕는 복지 사업을 일컫는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국사회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에 의한 신생아 학대사건은 2019년과 2020년 각 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29일 울산에서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레법 위반 등(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산후도우미 A씨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가 의심 되나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이 같이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생후 67일 된 B군을 한 손으로 안고 있다가 침대 매트와 바닥에 2~3차례 떨어뜨린 뒤 B군이 울자 강하게 흔들어 머리에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군은 두개골 등이 골절돼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산후도우미 B씨가 생후 3개월 된 신생아의 등을 세게 내리치거나 쿠션에 던지는 등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자격 취득 후 관리 체계 전면 개선해야
현장 관계자들은 산후도우미에 의한 아동학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선 산후도우미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1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안내'에 따르면 지정 교육기관에서 총 6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고 매년 8시간의 보수교육만 이수한다면 누구나 산후도우미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서정환 한국산후관리협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산후도우미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학대 예방 교육 시간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교육 시간을 몇 시간 더 늘리는 것보다 1시간 짜리 교육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교육이 늘면 그에 따른 비용도 더 드는 법인데 이에 대한 지원이 없다보니 영세한 제공기관들은 교육 자체를 하기 어려워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일부 서비스 제공기관에서는 모바일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산후도우미들이 부모와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 서비스·정책 개선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산후도우미 근무 희망자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가 가능토록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협회장은 "현재 서비스 제공기관들은 산후도우미에 대한 폭행·절도 전과 등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없다"며 "정부에 개정을 요청해도 '공공기관이 아닌 이상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정부가 책임만 지우고 정작 권한은 주질 않으니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후도우미에 대한 전반적인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 협회장은 "정부지원 산후도우미 사업은 정부가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을 받으며 아이 관리·청소·빨래·식사 등 모든 업무를 맡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높은 업무 강도를 못 이기고 퇴사한 분들이 정말 많았다"며 "아동 학대 피해를 당한 부모들께는 너무나 죄송스런 마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에게 투철한 사명의식을 요구하는 것도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재희 부연구위원도 "산후도우미 자격 강화와 함께 처우 개선과 휴게시간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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