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서열 0위가 있다
2022.01.16 09:00
수정 : 2022.01.16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청와대 안에서 누구 보다 자유로운 존재가 있습니다. 일하지 않아도 되고, 쉬고 싶을 때는 어디에서나 벌러덩 누울 수도 있죠. 바로 청와대 서열 0위, 대통령의 반려동물인 퍼스트 독과 퍼스트 캣입니다.
이들의 역할은 그저 귀여운 반려동물에 그치지 않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의 옆에는 늘 퍼스트 독이 존재했는데요. 오늘은 문재인 대통령, 이명박∙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족이 된 퍼스트 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참, 문재인 대통령 곁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퍼스트 캣도 있답니다.
내가 다둥이 아빠! 우당탕탕 반려동물로 가득 찬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마루, 찡찡이, 토리, 송강, 곰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마루, 찡찡이, 토리, 송강, 곰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은 총 5마리입니다. 당선 전 양산 사저에서 키우던 풍산개 '마루'와 길 고양이 출신 '찡찡이', 당선 후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비롯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송강', '곰이'가 그 주인공들이죠.
마루와 찡찡이는 문 대통령의 당선 전후를 함께해 의미가 깊습니다. 파이낸셜뉴스의 2018년 기사 '반려견 사랑 각별한 명사3인, 그들의 공통점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도 마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18대 대선 당시 김정숙 여사는 “남편은 외출복 그대로 입은 채로 마루랑 껴안고 마당을 뒹굴고 둘이 누워있곤 했어요. 뭐하느냐고 물어보면 마루랑 달구경을 한다고...”라고 소개한 바 있죠.
지금까지도 마루는 대통령 부부가 출장길에 오를때면 가장 먼저 환송해주는 퍼스트 독으로써 문재인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마루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해 청와대에서 함께 지내개 된 곰이와 사랑에 빠져 2021년 7월 7마리의 새끼를 낳기도 했습니다. 새끼들은 각 지자체로 입양돼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찡찡이는 한 나라의 대통령마저 '집사'로 만든 고양이입니다. 퇴근한 문재인 대통령이 찡찡이의 화장실에서 '감자'(고양이의 대변을 이르는 말)를 캐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많은 반려인을 '빵 터지게' 했죠. 찡찡이 역시 양산에서 일화가 있는데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양산 사저에 방문해 죽은 쥐를 보았는데, 알고보니 찡찡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칭찬 받기 위해 잡아온 것이었다고 하죠. 김정숙 여사는 찡찡이가 칭찬받을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볼 때까지 기다려주었고요.
그런가하면 토리는 문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토리는 동물보호단체 ‘케어’를 통해 도살 직전 구조된 유기견이었는데요. 당시 선거 유세 중이던 문 대통령은 토리의 사연을 접했고, 당선 후 청와대로 데려와 진심으로 보살폈죠. 학대 경험이 있어 남성을 무서워하던 토리는 사랑을 듬뿍 받아 청와대 생활에 적응하고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루, 찡찡이와 막역한 관계를 보여준 토리는 이후 입양된 송강과 곰이와도 원만하게 지낸다고 해요.
아들이냐고요? 손주예요. 세단을 탄 대통령, 그의 옆엔 강아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려견 ‘청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려견 ‘청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려견 사랑은 남다릅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전부터 키우던 진돗개가 낳은 ‘청돌이’와 함께 청와대에 입주했습니다. 그러니 청돌이는 이 전 대통령의 손주 격이죠.
청돌이는 이 전 대통령과 찰싹 붙어 다닐 만큼 깊은 유대감을 자랑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청돌이와 산책하며 단란하게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청돌이는 때로는 운동 메이트로, 때로는 출근길 메이트로 활약하며 이 전 대통령에게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에도 청돌이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하며 한결같은 사랑을 보였습니다. 퇴임 후에 논현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후에도 이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청돌이와의 행복한 일상을 꾸준히 공개했습니다.
‘단결’과 ‘자주’의 이름으로, 북한에서 온 두 강아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려견 ‘우리’와 ‘두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려견 ‘우리’와 ‘두리’
김대중 전 대통령이 키우던 두 반려견의 원래 이름은 ‘단결’과 ‘자주’입니다. 단결과 자주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었습니다. 단결과 자주는 북한을 대표하는 동물인 풍산개인데요. 풍산개는 ‘호랑이를 잡는 개’라고 불릴 만큼 용맹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김대중 정부는 두 강아지의 이름을 ‘단결’과 ‘자주’에서 ‘우리’와 ‘두리’로 개명해 키웠습니다. 우리와 두리는 청와대에서 함께 자랐으며 우리나라의 대표견인 진돗개와 함께 ‘통일견’을 낳기도 했죠. 북한과의 관계에서 '평화'의 상징이 된 두 강아지는 이후 국민의 공개 요청에 따라 서울동물원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삼대에 걸쳐 수 많은 새끼를 남긴 우리와 두리는 2013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내 새끼 하고 싶은 거 다 해!
-반려동물도 가족이니까
-반려동물도 가족이니까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반려동물 관련 복지 공약이 연일 화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 후보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공약을 비롯, 불법 펫 샵 근절 공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죠. 국민의힘 대선 주자 윤석열 후보도 강아지를 키우는 ‘토리 아빠’로서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및 공개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의식은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이젠 반려동물도 국민처럼 국가로부터 복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반려동물은 변함없는 사랑으로 우리의 곁에서 삶을 위로하고, 응원하니까요. 다가올 새 정부, 반려동물과 국민들이 함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길 바라봅니다.
cyj7110@fnnews.com 조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