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인데 6일만에 한 층 올려?…작업일지 본 전문가들 "붕괴 자초"

      2022.01.16 10:02   수정 : 2022.01.16 13:33기사원문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16일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2022.1.16/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 붕괴사고 아파트 타설 작업 일지.2022.1.15/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이수민 기자 = "최소 10일 만에 아파트 한 층을 건설할 수는 있지만 여름철 이야기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인데 6일 만에 한 층을 올린다는 건 현장에서 붕괴를 자초한 것이고 전형적인 인재다.

"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과 관련한 작업일지를 본 한 중견건설사 대표 A씨의 분석이다.

A씨는 "이번 참사의 원인은 공기가 3개월 정도 늦어지면서 영하의 날씨에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현장의 인재"라고 판단했다.


1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 구조물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양생 기간 부족' 의혹을 뒷받침하는 작업일지가 전날 공개됐다. 이번 붕괴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핵심자료로 판단하는 작업일지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201동 콘크리트 타설일지를 보면 지난해 12월3일 36층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이후 37층, 38층 바닥은 각각 7일(12월10일)과 6일(12월16일) 만에 타설했다. 이어 38층 천장도 8일(12월24일) 만에 타설공사가 진행됐다.

또 12월31일에는 방습과 방열, 방오염을 목적으로 주로 최고층에 설치하는 슬래브인 PIT층 벽체가 타설됐고, 이로부터 11일 뒤인 39층 슬래브(바닥)를 타설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들 상층부의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됐던 12월 하순부터 붕괴시점까지 광주지역의 날씨가 상당기간 영하권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38층 천장이 타설(12월24일) 된 바로 다음날인 25일에는 북쪽에서 찬공기가 남하하면서 광주의 최저기온은 영하 5도까지 떨어졌다.

특히 1월 들어서도 광주지역 최저기온은 최대 영하 4∼5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기상청 자료 분석 결과 사고가 발생한 11일까지 1월 광주지역 최저기온은 사고 이틀 전이던 9일 0.4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하권을 유지했었다.

붕괴사고 당일인 11일에는 최저기온 영하 3.5도, 낮 최고기온도 영상 3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콘크리트 타설공사가 진행됐다.

A씨는 "공기를 최대한 당기려면 여름철 같은 경우 10일에도 한 층을 올려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계속 영하의 날씨를 보이는 한겨울에는 콘크리트 양생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10일 이상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일지를 보면 현장책임자나 감리자가 왜 이렇게 작업을 서둘렀나라는 의문이 든다"면서 "전형적인 인재"라고 지적했다.

안전전문가인 송창영 광주대 교수(건축학부)도 "겨울철 양생작업은 온풍기를 돌리거나 고체연료를 태워서 보통 3개층에 걸쳐서 하는데 아무래도 건물 안쪽은 잘 마르더라도 외부와 접한 벽면은 잘 마르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외부와 접한 벽면은 충분히 마르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한 채 공정에 속도를 냈을 것"으로 진단했다.

앞서 화정동 아이파크 현장 관계자인 B씨는 "11월 입주일정을 맞추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공정을 지키지 않고 속도를 낸 것이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영하의 날씨 등을 무시한 시공사의 무리한 작업지시가 내려오면서 현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201동 건물의 23층부터 38층까지 무너져 내려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6명 중 1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5명에 대한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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