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이름으로도"...LG엔솔 청약 앞두고 '계좌개설 러시'

      2022.01.17 16:28   수정 : 2022.01.17 17:49기사원문
#. 여의도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17일 짬을 내어 서울 여의나루로에 위치한 KB증권 영업부금융센터 객장을 찾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일정을 앞두고 자녀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다. 눈까지 내리던 이날 객장 밖에는 영업시간이 끝나갈 무렵까지 40~50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객장 입장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객장 밖에서 줄을 서고 있던 것이다. 김씨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 자녀들의 계좌도 개설하기로 했다"라며 "내 명의의 계좌는 비대면으로 하면 되지만 자녀들의 계좌는 가족관계 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해서 객장을 찾게 됐다"라고 전했다.



역대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일정이 다가오면서 신규 계좌 개설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청약을 받는 증권사들에 몰리고 있다. 증권사 별로 배정된 물량이 다르고, 청약 경쟁률도 쉽게 예측할 수 없어 투자자들의 눈치 싸움이 막판까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좌 개설수 300% 급증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KB증권의 하루 평균 신규 계좌 개설 수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293.8% 급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여파로 4배 가까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월 증가율은 366.29%, 신한금융투자 신규 계좌 수는 163.55% 늘었다. 신영증권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신규 계좌 개설이 전년 동기보다 13배 급증했다. 배정 물량이 적지만 경쟁률도 낮을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증권사는 청약 당일에 계좌를 개설해도 청약이 가능해 막판까지 투자자가 몰릴 전망이다. 대신증권과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은 청약 전날인 17일까지 계좌를 개설해야 LG엔솔 청약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청약 당일인 19일까지 계좌를 개설해도 청약 참여가 가능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30만원으로 확정했다. 수요 예측에는 국내기관 1536곳, 해외기관 452곳 등 총 1988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은 2023대 1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IPO 수요예측 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전체 주문 규모는 1경5203조원으로, 1조원의 1만배인 경(京) 단위의 주문 규모가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량-경쟁률-균등·비례' 놓고 투자자들 눈치싸움
LG에너지솔루션은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7개 증권사에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청약은 대표주관사인 KB증권,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인수회사로 참여하는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에서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공모 주식수는 4250만주로, 개인투자자 청약물량으로는 전체 공모주식의 25∼30%인 1062만5000∼1275만주가 배정된다.

25% 배정 시 대표주권사인 KB증권이 486만9792주(45.8%)로 배정물량이 가장 많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243만4896주로 22.9% 비중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22만1354주로 2.1% 수준이다.

배정물량이 가장 많은 KB증권이 유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투자자가 몰릴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 등의 신규계좌를 만들어 막판까지 경쟁률을 살폈다가 조금이라도 낮은 쪽으로 공모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또 이번 청약은 모집주식 수의 50%를 균등방식으로, 50%를 비례방식으로 배정한다. 균등 방식은 모든 투자자에게 같은 물량을 똑같이 배정하고, 비례의 경우 청약한 주식 수와 증거금에 비례해 공모주를 배분한다.

100% 균등방식이 아니라 청약 증거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자금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균등방식을 노리면 좋다.
최소 금액으로 청약에 참가하더라도 경쟁률에 따라 1인당 2~3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청약수량(10주)만 맞춰 균등 배정을 받으려면 150만원의 청약 증거금이 필요하다.
다만 배정물량이 적은 증권사는 청약자 수가 균등배정 물량보다 많다면 1주도 받지 못하는 청약자가 생길 수 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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