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출간
2022.01.20 23:26
수정 : 2022.01.20 23:41기사원문
지난 2020년 7월 9일. 그날 오후부터 깜짝 놀랄만한 속보가 방송 매체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이었다. 뒤이어 나온 소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전 국민의 이목은 당연히 후속 보도에 쏠렸다. 당일 자정이 막 지난 이튿날 새벽 0시 1분경, 박원순 시장은 북악산 숙정문 산책로 인근에서 타살 혐의가 없는 싸늘한 주검으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박 시장이 전 비서에 의해 성폭력 가해자로 피소됐다는 사실이 실종 및 사체 발견 소식을 전하는 속보와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피해호소인'으로 불렸던 이 사건의 주인공이 김잔디(가명)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다. 책의 제목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천년의상상 펴냄). 김잔디라는 이름은 '성폭력특례법상 성범죄 피해자는 절차에 따라 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피해자가 임의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에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잔디씨가 자신이 입은 피해 내용을 비롯해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에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과 그 생존의 기록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책 말미에는 피해자의 어머니와 남동생 등 가족의 목소리도 함께 실었다. 저자는 "나와 가족들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글을 썼다"고 책에 밝혔다.
저자는 이어 "힘들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힘들다는 말로 담아낼 수 없는 아픔이었다.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용기내어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살고 싶어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나간 아픔을 과거형으로 끝맺고 싶어졌다"고도 썼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