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노동이사제 등 노동이슈 광풍…전문자격증 상종가

      2022.01.23 16:06   수정 : 2022.01.23 16: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서울에 위치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A씨는 최근 퇴근 후 공인노무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직장인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한데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지금보다 안정된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노동이사제, 근로시간면제제도 등 노동 관련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A씨는 "앞으로 노사 간 다툼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며 "어느 정도 공부가 됐다 싶으면 회사를 그만두고 시험 준비에 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이사제, 근로시간면제 등 노동 관련 제도와 이슈가 몰아치면서 관련 전문 자격증들이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안전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산업안전기사, 건설안전기사 등 안전 관련 국가자격증의 인기가 폭증했다. '노동 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이후 노무사 자격증의 인기도 급증해 올해 역대 최대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사 인기 '역대 최고'
노동이사제, 근로시간면제 등 노사관계 관련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면서 공인노무사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노무자 자격증 따기에 뛰어들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각종 노동 이슈 증가에 더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 등이 노무사 공부를 선택하는 이유가 됐다.

23일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노무사 1차 시험 지원자는 지난해 7654명으로 이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3월부터 원서 접수가 시작되지만 꾸준히 지원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사 1차 지원자는 2017년 4728명, 2018년 4744명에서 2019년 6211명으로 폭증하더니 2020년 7549명, 2021년 765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노무사 수험생 B씨는 "지난해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해 퇴사한 직장 동료가 있다"면서 "만만치 않은 공부지만 사례가 있는 만큼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무사 자격증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과 구직자 923명을 대상으로 한 전문자격 취득 설문조사에서 공인중개사, 세무사 등과 함께 상위 10개 인기 종목에 오르기도 했다.

노무법인 화담 김준영 노무사는 "현재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자기 권리나 워라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노동이사제 등 근로자의 경영참여확대,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법 적인 제도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분쟁은 한 회사에서도 매일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늘어날 것"고 전했다.

■안전관리 자격 수요 폭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안전기사 필기 응시자가 4만170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안전기사는 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자격 중 '안전'과 관련한 대표적인 종목으로 가장 많은 수험자가 지원하고 있다. 산업안전기사 필기 응시자는 2019년 3만3287명에서 2020년 3만3732명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앞자리를 바꿔 4만명대를 돌파했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현 정부 들어 산재 사고 감축 정책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으로 관련 자격시험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안전관리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지원자가 꾸준히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기사 다음으로 지원자가 많은 산업안전산업기사, 건설안전기사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건설안전기사는 2019년 필기 응시자가 1만3212명이었는데 2021년 1만7526명으로 증가했다. 산업안전산업기사의 경우도 2019년 2만4237명에서 지난해 2만5952명으로 늘었다. 기계안전기술사의 경우 2019년 99명에 불과하던 지원자가 2021년 212명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경영자에게 안전전담조직 구성과 안전관리자 전담 배치 등의 안전보건 의무를 부과한다. 이같은 소홀히 해 사망사고를 유발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안전관리자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건설·제조업 등 현장에선 자격을 갖춘 안전관리자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도 안전관리 위주로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종에서 대대적으로 안전관리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채용이 쉽지 않다"며 "특히 소규모 업체일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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