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도 은행선 퇴짜… 대부업 때아닌 호황
2022.01.23 18:45
수정 : 2022.01.23 18:45기사원문
#. 60대 사업자 A씨는 최근 자신의 건물을 담보로 약 20억원의 사업자금을 빌리려 했다. 일부 신용대출은 있었지만 은행과 저축은행으로부터 모두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정부의 대출 총량관리로 승인을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발 대출규제로 은행권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저축은행을 넘어 대부업까지 호황을 누리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고신용자나 일반사업자, 건물주 등이 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대부업계까지 밀려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양길로 접어들던 대부업이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융당국발 대출규제의 역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대출규제에 대부업 호황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희망자들이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자 대부업체에서 거액을 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대부업에서 20억원을 빌린 A씨가 대표적이다. 신용등급에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A씨는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 모두 거절당해 대부업체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통상 대부업체는 소액 급전이 필요한 신용대출 고객의 비중이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A씨처럼 건물 담보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법정최고금리 상한을 낮추면서 국내 대부업은 사실상 사양길에 있었지만 최근 소규모 대부업계 중심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감시를 덜 받는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는 지난 2018년 6810개에서 지난 2020년 7424개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7710개로 늘었다. 하반기까지 집계하면 8000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의 주수익원도 신용대출에서 지난해 담보대출로 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들의 담보대출 비중은 2018년에는 32.2%에 불과했으나 2020년엔 49.3%를 차지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51.9%를 넘어섰다. 하반기 집계가 나올 경우 6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금융권도 3배 증가
2금융권도 대출규제로 호황을 누리기는 마찬가지다. 1금융권에서 밀린 사람들이 2차적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사 쪽으로 밀려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35조9000억원이 늘어 전년도 증가폭(11조5000억원)의 3배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은행권은 100조7000억원에서 71조6000억원으로 증가폭이 다소 줄었다.
2금융권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풍선효과가 컸다. 업권별로는 농협(11조3100억원), 새마을금고(4조9500억원), 신협(1조8700억원) 등 상호금융에서 19조5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6조3000억원, 여전사는 4조7000억원 늘었다. 보험업권은 5조4000억원이 늘어 전년(1조7000억원)보다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총량관리보다는 대출용도별 관리를 통해 대처했다"면서 "지금처럼 급하게 총량관리로 가게 되면 1·2금융권은 당국 눈치를 보기 때문에 대출 문턱을 엄격하게 높여 2금융권이나 대부업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