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의 명암
2022.01.28 16:06
수정 : 2022.01.28 16:39기사원문
<Key Points>
-이재명, 윤석열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GTX 노선 확장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 바람에 해당 지역 집값이 들썩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수도권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파이낸셜뉴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초거대 도시인 서울과 위성도시를 잇는 고속전철이다. 프랑스 파리와 그 주변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망(RER)이 원조다. 지난 2018년 첫 삽을 뜬 GTX-A 노선이 그렇듯 속도 면에서는 최고시속 180㎞인 GTX가 RER(80㎞)를 압도한다.
그러나 2024년에 들어설 GTX-A는 개통되기도 전에 뜻밖의 파급효과를 낳았다. 통과가 예정된 신도시들의 집값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린 게 대표적이다. GTX 수혜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노선 연장이나 신설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해당 지역민들의 입장에선 서울로 오가는 출퇴근 시간도 단축되고 집값도 오르니 당연하다. 서울 강남을 경유토록 하자는 '김부선'(김포~부천) 연장 논란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GTX 확대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이 후보는 정부안인 GTX-A·C·D 노선을 연장하는 동시에 E(인천공항~강남~구리~포천), F(파주~광화문~잠실~여주) 노선을 추가했다. 윤 후보는 D노선을 강남을 거쳐 경기 여주까지 연장하고, E(인천 검암~김포공항~구리~남양주)와 F(고양~안산~수원~성남~의정부) 노선을 새로 그렸다. A·C 노선만 공유한 채 두 후보의 세부안은 다르지만, GTX를 현행 국가철도망 10개년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게 공통분모다.
두 후보 측 모두 이 과정에서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서울 뿐아니라 GTX 통과 예정 지역의 집값부터 올리는 역설이 빚어질 조짐이다. 지난 연말 이후 전국적으로 주택가 급등세는 멈췄다. 그런데도 여야가 경쟁적으로 GTX 확충 공약을 내놓자 평택과 안성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은 다시 들썩였다. 그러니 집값 상승을 바라는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인기영합성 공약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신도시 주민들의 교통여건을 개선한다는 본래 취지는 빛이 바랜 채 말이다.
서울 외곽의 집값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은 제쳐두더라도 GTX를 졸속으로 확장해선 안 될 이유는 또 있다. 자칫 수도권 신도시들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그 하나다. 지역주민들의 서울 진입 시간이 단축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해당 신도시들의 상권이나 자족 기능을 황폐하게 만드는 그늘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인구와 시설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는 그대로 둔 채 수도권의 외형만 더 광역화하는 꼴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돼 새로운 GTX 신설 수요를 낳는 악순환이 빚어질 소지도 농후하다. 더군다나 GTX는 도심구간의 경우 지하 40~50m 대심도 터널을 뚫어야 해 기존 철도에 비해 공사비가 엄청나다. 한정된 예산을 여기에 집중 투자하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해소라는, 진정한 국가균형개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GTX 확충도 시장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정치논리에만 좌우되어선 곤란하다. 후보들이 적어도 10년은 내다보고 정확한 비용·편익 분석과 교통 수요 예측을 토대로 노선 연장이나 신설안을 내놓아야 한다. GTX가 내재한 명암을 제대로 따져보고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