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잊은 서학개미… 美 기술·반도체株 쓸어담았다

      2022.02.02 18:00   수정 : 2022.02.02 18:00기사원문

"역대급 바겐세일(bargain sale)장인데 분할 매수 해야죠."

설 연휴동안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 매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빨라진 긴축시계에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지수가 폭락하자 저가매수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3거래일 연속 상승하자 서학개미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2일 한국 예탁결제원 증권정보시스템 세이브로에 따르면 1월 31일부터 이날까지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상위 10개 종목이 8개 종목이 기술주 또는 반도체주였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쓸어담은 종목은 테슬라로 3억6224만달러어치(약 4379억4816만원)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3위를 차지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5891만달러)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등락률을 3배로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다.

이외 루시드그룹(4위·5332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6위·3397만달러), 애플(7위·2249만달러),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10위·1186만달러) 등 대형 기술주들이 순매수 상위 목록에 포함됐다.

서학개미들의 '베팅'은 반도체주에서도 나타났다. 순매수 2위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가 차지했다. 이 기간 8043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엔비디아(5위·5047만달러)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설 연휴기간에도 부지런히 기술주·반도체주를 '줍줍'한 서학개미들은 미 뉴욕 증시가 3거래일 연속 랠리를 보이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각각 0.78%, 0.69%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0.75% 상승 마감했다.

3거래일 동안 다우지수와 S&P500지수 상승폭은 각각 3.6%, 5.1%이며 나스닥은 7.4%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월가에서는 지금이 기술주 저가매수 기회인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인상 모드에 진입함에 따라 나스닥이 장기적인 하락장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저가 매수의 기회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스틴 테커레이 크레웨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는 매우 고평가돼 있고 단기간에 매우 과매수돼 있다"며 "나스닥이 1월 마지막 거래일 반짝 반등했지만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앤드류 슬리먼 모건스탠리 투자 매니지먼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가가 단기적으로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실적이 단기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1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페이팔이 실적을 공개했고 2일과 3일에는 메타(페이스북)와 아마존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알파벳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뉴욕 증시 마감 직후 지난해 4·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32% 증가한 753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와 팩트셋이 각각 집계한 예상치 721억 7000만달러와 723억달를 모두 상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6% 늘어난 206억 4200만달러, 주당 30.69달러로 집계됐다.
이 역시 팩트셋 추정치 190억달러를 웃돌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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