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北 핵 고도화에 대한 일본의 시각과 군사대응

      2022.02.03 15:09   수정 : 2022.02.20 01: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새해 지난 1월 30일까지 일곱 번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는 한반도 안보의 새로운 파고를 예고한다.

특히, 지난달 30일 북한이 올해 들어 일곱 번째로 약 4년 4개월 만에 쏜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2018년 이후 중단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유예 철회(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이후 정치적 전략도발이란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라토리엄을 깨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라토리엄 선언 파기 근처까지 다가간 것"이라는 발언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미국은 1일 영국, 프랑스와 함께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안보리 대응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안보리는 오는 4일 오후 비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군은 지난달 20일 북한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 움직임을 포착했다. 북한의 명절로 간주하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광명성절’ 또는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태양절’에 맞춰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한은 10년 전인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첫 ICBM급 KN-08을 공개한 바 있다.

■북·중·러에 대응하는 미·일 동맹 강화, 일본 선제공격 가능한 보통국가화 되나
미국은 전통적으로 영국과 나토의 동맹을 중시해 왔으나 최근 오커스와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해 왔다.

세계 1위와 3위의 해군력이 합쳐진다는 평가다. 세계 군사전문가들은 일본 해상자위대를 최근 중국의 급격한 해군 전력 강화에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140여척의 각종 함정과 180여기의 작전기를 보유한 (핵무기 제외) 세계 3위권 전력으로 평가한다.

해상자위대는→1개 자위함대와 5개 지방대로 구성돼 있다→자위함대는 호위함대·잠수함대·항공집단 등으로 구성→핵심인 호위함대는 4개의 호위대군으로 조직→1개 호위대군은 8척의 구축함과 8기의 함재 헬기로 구성한 이른바 ‘8·8함대’로 한국 해군 전체 구축함 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미국의 학자 중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명성의 조지 프리드먼 교수와 그의 제자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세계 속에서 오랫동안 패권 지위를 유지할 것이며 직접적인 세계의 문제에서 손을 뗄 것, 이에 따라 세계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일본은 2020년대 무렵에 국가의 진행방향을 전환, 아시아 최강의 위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일본 아소다로 부총리는 2021년 8월 "대만에서 전쟁이 터지면 일본은 참전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11월 27일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육상자위대 사열식에서 "일본은 자국의 방위를 위해서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언급에 이어 최근 아베 신조 전 일본 수상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경우, 그것은 미·일방위조약이 작동하는 경우가 된다"고 언급했다. 5~6년 전이라면 나오기 어려운 발언에 대해서 미국은 아무런 논평이 없었다.

■변화하는 국제정치, 미·중치킨게임과 북의 핵 고도화가 미·일동맹 강화 동기
오래돼 희미하지만 미·일 두 나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까지 주고받은 깊은 상흔의 속내가 있다. 그러나 국제 정치는 변화해 국가 이익을 위해 상대방에 대한 입장을 전환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핵 고도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그동안 하와이를 방문한 일본 총리는 미국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금기처럼 진주만에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12월 일본의 아베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 공습 때 침몰한 USS 애리조나 함 위에 세워진 기념관을 방문, 헌화하고 희생자에 조의를 표시한다. 1941년 진주만 공습 후 75년 만의 일이다. 이것이 일본 외교가 본격적으로 미국 중심 전환의 계기가 된다.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은 "일본은 올 1월 7일 개최한 미·일 안보협력위원회(외교+국방장관회담, 2+2)에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에 대항하기 위한 미래 협력에 초점을 맞춰 공동연구·개발·생산·유지 및 시험 평가에 관한 협력을 제도화하기에 이르렀다"며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 강화를 심대한 위협으로 인식, 레이저 무기 개발을 비롯해 미국과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도발 시 가장 먼저 전략자산이 배치되고 미군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일본(주일미군 기지)이 공격대상임을 공언, 시험발사 시 탄착지점도 일본 EEZ 내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 일본은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한·일 국방 당국의 대응 차이가 미·일동맹 강화 촉발
권 협회장은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 시 방위대신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배경과 영향을 설명하고 대책을 주문한다"며 "방위성 홈페이지에 시험발사 이후 분석결과에 대한 추가적 해명도 역대 도발일지와 함께 게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리 국방부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과 위협의 축소를 하는 듯한 태도로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실제 국민들의 안전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 분석과 대처방안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일본 정부는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상황에서도 미·일 공동훈련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권 협회장은 또 "일본 자위대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 항공총대사령관에게 상시 요격권한을 위임하고 있으며, 이를 미·일 공동의 모든 훈련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일 공동훈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또 지난해 12월 일본 총선거에서 '자위대의 전력 증강을 위한 GDP 2% 사용을 공약'(현재 1% 이하)한 자민당이 선거에 승리했다.

한국이 북·중에 주로 저자세로 일관하며 '사드 3불'과 '인도·태평양 노선 합류 회피' '종전선언' 근시안적 '안미경중' 에 빠져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은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춰본 지 4년여에 이른다. 그 사이 일본은 미국과 상호신뢰와 필요성을 바탕으로 미·일 동맹을 밀착, 강화해 이른바 '전수방위'에서 벗어나 군사대국화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화'의 길을 착실히 밟고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와 그와 연결되는 한·미·일 삼각동맹 회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다자안보 구축을 향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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