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장 '유창한 일본어' 발표...日언론 "철저히 준비한 것 같다"
2022.02.08 16:19
수정 : 2022.02.08 21:01기사원문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입국이 어려워진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2009년 철수 후 12년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과거 철수 당시의 심경, 그간의 준비 자세, 향후 전략 등 약 5~7분의 메시지(원고매수 약 10매 분량)를 모두 일본어로 소화했다. 현장의 취재진들은 "장 사장이 발음만 따라하는 게 아니라, 일본 진출을 위해 별도로 일본어를 공부한 것 같다"며 유창한 일본어 실력에 짐짓 놀란 반응을 드러냈다.
한 번 철수했던 시장에 다시 도전할 것을 천명하는 자리였기에, 사용한 어휘들은 매우 신중했으며, 발언은 차분했다. 장 사장은 "오늘 12년만에 일본의 여러분들께 인사하는 것"이라며 2009년 철수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기대해 주셨던 고객에게는 큰 폐를 끼쳤다" "일본시장 철수는 현대에 큰 아픔을 수반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일본 시장 재진출의 자세를 한마디로 "미도지반(迷途知返·한번 길을 잘못 든 후에 바른 길로 돌아가서 고친다)"이라며 "지난 12년간 철수라는 아픔을 다양한 형태로 마주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왔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어에서 사람간의 유대, 인연 등을 뜻하는 '키즈나'란 단어도 언급했다. '키즈나'는 장 사장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 경영진들의 입에서도 수 차례 흘러나왔다.
'오래된 인연', '신뢰'등의 어휘를 즐겨쓰는 일본 현지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시장 재진출 전략은 3가지로 요약된다. △'배출가스 제로'인 친환경차(ZEV)로 배치 △100% 온라인 판매 △카셰어링 등이다. 전기차(EV)모델 아이오닉5와 수소연료전지차(FCV) 넥쏘가 그 전면에 섰다. 오는 5월부터 일본 현지서 첫 판매가 이뤄진다. 특히, 카셰어링 사업은 일본 시장 연착륙을 도모함과 동시에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전략으로 여겨진다. 최근 일본에서는 젊은층의 '구루마 바나레(자동차 소유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도요타 등이 차량 공유·렌털 서비스를 실시하는 배경이다.
일본 언론들은 현대차 재진출을 비교적 비중있게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공백기를 틈타 일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시장 격변기 현상 중 하나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약 2만대로, 전체 신차 판매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닛산이 지난해 11월 전기차 아리야(ARIYA)를, 도요타가 올 하반기에 차세대 전기차 bZ4X를 출시한다. 미국, 중국, 독일 등에 비교하면 늦어도 많이 늦었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전기차로 방향을 튼다면, 1%란 수치는 폭발적 잠재력을 의미한다.
일본 최대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대차가 '자동차 공유(셰어링) 체험'과 '온라인 판매'라는 새로운 판매 모델로 재상륙했다"며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 일본에서 브랜드력을 높여, 세계시장 판매 확대로 이어가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방송사의 한 기자는 본지에 "현대차가 매우 철저하고 전략적으로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해 온 것 같다"면서 "향후에 애프터 서비스와 온라인 판매를 어떻게 전개해 갈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회는 코로나 방역 조치로 1,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발표회의 경우, 사전에 접수한 한국, 일본 등 언론 매체 관계자 약 60여명으로 만석이 됐다. 한국 언론 매체의 도쿄특파원 약 6~7명을 제외한 나머지 약 40~50명은 일본 기자들이었다. 2부 발표 행사와 온라인 중계 신청 인원까지 합치면 이날 행사엔 200명 정도가 참여했다.
한편, 행사장에서는 코로나 방역 조치로 좌석간 거리는 약 2m간격이 유지됐으며, 입장 전에 별도의 코로나 항원 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나온 경우만 입장이 가능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