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PGA 황아름 "욕심 내려놨지만 골프채는 못 내려놓죠"

      2022.02.08 17:09   수정 : 2022.02.08 18:52기사원문
좋아한 연예인을 쫓아 현해탄을 건너 활동한 선수가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서 5승을 거두고 있는 황아름(35·사진)이다. 그가 좋아했던 연예인은 2000년대초 일본에서 활동했던 가수 보아다.

황아름은 중·고교 시절 보아의 '찐팬'이었다. 2000~2005년까지 주니어 상비군을 포함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정한 것은 보아의 영향이 컸다.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가 정작 좋아했던 보아는 한국으로 돌아가 만나질 못했지만 보아를 보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들은 일본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2008년 2부투어 우승으로 프로테스트 파이널에 진출, 수석 합격으로 다음 시즌 정규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2009년 야마하 레이디스 오픈에서 JL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했을 때만 해도 또 한명의 스타 탄생이 기대됐다. 그러나 그는 그 뒤로 2017년까지 우승은커녕 시즌 상금랭킹이 해를 거듭할수록 후순위로 밀릴 정도로 부진했다. 근근이 시드는 유지했지만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선수가 1년 후배 이보미(34)였다.

황아름은 "일본 진출 초기만 해도 작고하신 구옥희 프로로부터 체크를 받았는데 구 프로가 한국으로 들어가면서 줄곧 혼자서 했다"면서 "(이)보미가 자신의 스윙 코치인 조범수 프로와 연결시켜줘 2016년 겨울부터 스윙 개조 작업에 들어갔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뒤돌아봤다.

조 프로와의 만남은 황아름에게 대전환의 계기가 된다. 스윙을 바꾼지 2년도 되지 않은 2018년 시즌에 3승을 거둬 황아름이라는 이름 석자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게다가 3승 중 격주로 했던 처음 2승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다. 2019년에도 스탠리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 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 길을 걷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통합 시즌으로 치러진 2020-21시즌에는 상금 순위 86위에 그쳐 시드마저 잃었다. 은퇴를 고민하다 '다시 한번 시작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고서 시드전에 나가 공동 5위로 올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황아름은 "작년에 코로나19가 시작된데다 골프가 잘 안돼 마음을 접었다. 그런 상태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랬더니 일순간 오히려 골프를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몸을 제대로 만들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언니들이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황아름은 바쁜 투어 생활에도 틈틈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남몰래 마음을 전하고 있다. 2014~2017년 자신의 거주지 인근 방화지역아동센터에 2억원을 지원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에는 강서구청 희망나눔복지재단을 통해 아이들에게 햄버거 1150세트를 전달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아이들에게 간식을 보내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황아름은 "은퇴 이후에는 오랜 투어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 주니어 골프센터를 만들어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골프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어게인 2018'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10일 현해탄을 다시 건넌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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