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청년 남성들.."'이대남' 담론 깨야 공존 가능해"
2022.02.09 15:45
수정 : 2022.02.09 15: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남녀간 젠더갈등이 크게 격화된 가운데 '이대남' 등 성별 프레임이 이 같은 갈등에 불을 지폈단 지적이 나온다. 이분법적 사고로 막힌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별 프레임화'로 남녀 갈등 심화돼
9일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에 따르면 해마다 심화된 남녀 갈등은 지난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은 51.7%로 △2019년 45.0%, △2020년 45.9%를 이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회적 갈등이 '이대남(20대 남성)·이대녀(20대 여성)' 성별 프레임에서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특정 성별·연령층을 '이대남'으로 호명함으로 온라인 상에서 혼재돼왔던 젠더 갈등이 공적 담론화됐다"며 "기존에 갖고 있던 사회 불만을 젠더 갈등이라는 통로에 일방적으로 분출하면서 더 격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대표도 "청년층이 취업, 주거, 부동산 등 사회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려 기득권에 문제제기를 하기 보다는 '젠더갈등'을 통해 불만을 해소하려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성별과 연령만으로 한 집단을 평가해버리는 이분법적 사고로 개개인의 다양성이 묻히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 '공존' 외치는 우리도 '이대남'입니다
남녀갈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선 성별 프레임에 갇혔던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과 공존을 외치는 청년 남성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심을 위해 '이대남'의 대표성을 '안티 페미니즘'으로 구분짓지 말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표심을 잡기 위해 일부 남성들의 주장을 청년 남성 다수의 주장인 듯 과잉 대표화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연웅씨(28)는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집단의 대표성이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이라니 한 명의 이대남으로서 개탄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성정치인들은 왜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을 정치적 전략으로 삼는가"라며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기성세대의 부정과 위선에 분노했던 에너지가 '차별과 폭력에 대한 반대'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켓을 들고 참여한 20대 남성 심모씨는 "그간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남성인 내가 목소리를 냈다가 (페미니즘에 대한) 가치가 훼손하진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며 "최근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보며 힘을 보태고자 기자회견에 나왔다"고 했다.
이어 "남성들이 페미니즘과 공존을 외친 오늘의 기자회견이 '큰 사건'이 아닌 당연한 이야기로서 시민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