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왕자가 점프 뛸 때 흘러나온 빈체로~ 빈체로~

      2022.02.11 04:00   수정 : 2022.02.11 04:00기사원문
은반을 가르는 우아한 몸짓, 피겨스케이팅은 단연 '동계 올림픽의 꽃'이다. 점프와 스핀 등 기술은 스포츠 종목으로서 당연히 따지지만 여기에 더해 아름다움, 예술성까지 따지기 때문이다. 1860년대 미국의 잭슨 하인스가 스케이트에 발레, 댄스를 결합시키면서 탄생한 피겨스케이팅에서 음악은 현대에 들어 더욱 중요해졌다.

스케이터들의 기술적 숙련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안무를 구성하는데 큰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에 맞춰 동작을 구성할 것인가에 따라 퍼포먼스의 독창성이 좌우된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차준환, 유영, 김예림, 이시형 등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 대표 선수들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자신의 강점을 살릴 음악을 다채롭게 선정했다.

■'스토리텔링 강한 오페라곡' 사용한 차준환·이시형

피겨스케이팅의 음악은 예술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가 하나의 음악 안에서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선수는 자신의 연기 특성에 맞는 적절한 음악을 선곡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음악은 선수와 코치, 안무가가 연기의 콘셉트를 고려해 선정한 후 긴 분량의 원곡을 연기 시간에 맞게 부분 발췌하는 편곡 작업을 거친다. 싱글과 페어에서는 가사만 들어가지 않으면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아이스댄스는 제한이 없다. 과거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음악이나 왈츠 등 춤곡이 주로 사용됐지만 2010년 전후로 스토리텔링이 강한 오페라나 뮤지컬,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10일 마무리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에 출전한 '피겨 왕자' 차준환(21)과 이시형(22) 역시 최근의 흐름에 맞춰 스토리텔링이 강한 오페라 곡들을 올해 프로그램 곡으로 주로 사용했다. 차준환은 프리 프로그램 곡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곡을 편집해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피겨 프로그램 곡에 노래보다는 악기로만 구성된 선율을 사용하는데, 차준환의 투란도트 모음곡에는 중간에 칼리프 왕자 역의 테너가 부르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가 포함되며 음악에 더욱 힘을 줬다.

한편 앞서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차준환은 인디 네오클래식 그룹인 이터널 이클립스의 '페이트 오브 더 클락메이커(Fate of the Clockmaker·시계공의 운명)'와 '크록 앤드 대거(Cloak and Dagger·망토와 단검)'를 결합한 곡으로 무대에 섰다. 역동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강렬함을 선사하는 이 곡에 대해 차준환은 "팬들이 보내준 추천 플레이리스트 중 너무 좋아서 선곡했다"며 "셰린 본 안무가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편곡했다"고 밝혔다. 또 이시형은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의 삽입곡 '폴로베시안 댄스'에 맞춰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의 영향을 받은 클래식, 뮤지컬 OST' 유영·김예림

'김연아 키즈'의 대표 주자인 유영(18)과 김예림(19)은 선곡에 있어서도 김연아의 영향을 받았다. 전통적인 클래식곡과 뮤지컬 영화 OST를 비롯해 네오클래식 곡 또한 과감하게 선곡하며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특히 유영의 쇼트 프로그램 곡은 최근 틱톡에서 누적 조회수 130억회, 제작 영상 400만개를 돌파하며 화제가 된 이탈리아의 네오 클래식 아티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윌링 윈즈(Whirling Winds·휘몰아치는 바람)'다. 또 프리 프로그램 곡은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모음곡을 골랐다. 이 곡은 김연아가 전성기 시절에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던 곡으로 음악만으로도 스토리텔링의 완성을 더하는 곡이다.

김예림은 정통 클래식곡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으로 쇼트 프로그램에서 승부를 본다.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차준환과 같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곡에서 가사 부분을 바이올린으로 편곡한 곡을 사용한다. 김예림은 "이번 올림픽에서 선보일 쇼트 프로그램 음악이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인데 (김)연아 언니가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여자 피겨 싱글 쇼트 및 프리 프로그램은 오는 15일과 17일 각각 열린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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