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금 모으기 운동

      2022.02.13 19:00   수정 : 2022.02.13 19:00기사원문
터키의 관광지 중 하나인 사르트는 지금은 소도시다. 하지만 옛 리디아 왕국의 수도로 예전엔 크게 번창했던 상업도시였다. 사르디스 또는 사데란 지명으로 불리며 사상 최초로 금화를 만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이란 신화의 본고장답게 사금 등 귀금속의 주산지였다.

이곳의 그리스나 초기 기독교 유적들은 세월의 무게로 빛이 바랬지만, 찬란했던 황금문화는 아직 터키인들의 생활에 녹아 있다. 결혼식 지참금이나 축의금도 흔히 현금 대신 금으로 통용된다. 외환 투자보다 은행 금거래 투자 펀드가 더 인기다.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누레딘 네바티 터키 재무장관은 "금을 은행에 맡기도록 하는 방안을 수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터키인들 장롱 속의 2500억달러(약 299조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금 가운데 "10%는 은행으로 유입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면서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리라화 가치를 안정시키려는 고육책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금모으기 운동'의 터키 버전인 셈이다.

지난 10일 현재 달러·리라 환율은 13.54리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리라화 가치가 반토막 났다는 뜻이다. 터키 외환위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정책 실패가 결정타였다. 물가가 치솟을 때는 금리를 올리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도 무슬림 중심 대중의 기호에 편승해 거꾸로 금리를 내려 화근을 키웠다. 이슬람 율법이 이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터키인들이 한국을 '형제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6·25전쟁에 참전해 함께 피를 흘렸던 까닭에 우리에게도 터키가 친근하다. 삼국시대 때 고구려가 수·당 등 중화제국과 맞설 때도 터키의 전신인 돌궐은 고구려와 한편이었다.
터키판 금모으기 운동이 당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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