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더 해도 됩니더"… 해녀 아지매 시력 지켜준 '의사어부'

      2022.02.13 19:02   수정 : 2022.02.13 19:02기사원문
'괴사성 공막염'으로 물질에 힘들어하던 일흔살 해녀가 선착장에서 극적으로 '어부' 안과의사를 만나면서 실명 위기에서 벗어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근안과병원은 "정근원장(전 부산시의사회장)이 최근 공막궤양을 앓고 있는 해녀 양모씨(70·부산 남구 용호동)에 대해 자신의 눈에서 공막 절편을 만들어 스스로 이식하는 자가공막이식 수술을 시도, 성공을 거두게 됐다"고 13일 밝혔다.

2시간에 걸친 미세현미경 공막이식수술을 받은 양씨는 수술 결과가 좋아 건강하게 물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은 부산 남구 용호어촌계 소속 양모씨로 해녀다. 20여년 전 눈 안쪽으로 살이 자라서 검은 동자를 덮는 이른바 눈에 백태가 끼는 익상편(군날개) 수술을 받았으나 바닷속에서 물질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익상편을 수술한 쪽의 눈의 공막이 녹아내리는 '괴사성 공막염'이 발생하면서 눈 통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물질하는 동안 수압을 받게 되면 통증이 더해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급기야 시력도 떨어지고 물질까지 제대로 못하게 된 양씨는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눈 이식수술을 권유받고 자포자기해 있을 즈음 각막 치료분야 명의로 알려진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을 기적처럼 만났다.

안과의사인 정근 원장은 3년 전부터 취미 삼아 작은 어선을 구입, 짬짬이 어로작업을 해오고 있다. 여러 개의 낚시를 동시에 드리웠다가 차례로 들어 올려서 낚는 주낚업과 통발 어업권을 확보한 그는 직접 소형선박 면허증까지 취득하고 용호어촌계원에 등록했다. 주말을 이용해 어선을 몰고 고기잡이에 나서던 그는 지난해 12월 어느 주말, 주낚과 통발을 회수하고 오륙도 선착장에 배를 대다가 박철호 어촌계장으로부터 양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었다. 듣고 나서 급히 오륙도 선착장의 해녀실에서 양씨의 눈 검사를 한 결과 동자가 파열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눈의 흰자가 녹아내려 그 안의 내용물이 바깥에 훤히 비쳐 보일 정도로 얇아져 작은 충격에도 동자가 터져 실명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었다. 심각한 공막궤양으로 진단받은 양씨는 최근 정근안과병원에서 2시간에 걸쳐 자신의 눈에서 공막 절편을 만들어 스스로 이식하는 '미세현미경 자가 공막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정근 원장은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양씨는 눈동자 파열 등으로 실명했을 것"이라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익상편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이따금 안구 외벽의 공막이 얇아지는 공막연화증이나 괴사성 공막염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환자들은 안과전문의에게 정기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근 원장은 같은 용호어촌계 소속인 양씨의 진료비를 일절 받지 않았다. 양씨는 "하도 눈이 아파서 큰 병원에 갔더니 눈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기에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포기 상태였다"며 "천운이 닿아서 그런지 용케도 용호어촌계 회원 중에 안과 박사님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어촌계장으로 듣게 돼 다시 눈을 뜨게 됐다"고 정근 원장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건강을 되찾은 해녀 양씨는 오늘도 오륙도 근처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멍게와 해삼, 전복 등을 직접 따서 관광객에게 팔고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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