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리튬·커피…전례없는 재고대란에 인플레 공포 더 커져
2022.02.14 18:07
수정 : 2022.02.14 18:07기사원문
거래 시장에서는 당장 현물을 구하기 어려워 선물보다 현물이 더 비싸졌으며 원자재 부족이 물가상승 압력을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 등 주요 거래소에서 원자재 재고가 모자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선물과 현물의 가격역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워데이션은 매수자가 원하는 상품을 즉각 확보하기 위해 웃돈을 들여 현물을 매입할 때 주로 발생한다. 이는 그만큼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미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 23개 선물 상품을 추적하는 블룸버그상품지수에서 9개 종목이 백워데이션 상태에 빠졌다. FT는 주요 거래소에 올라온 구리 재고가 현재 약 40만t 수준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1주일치 남짓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공급량 역시 유럽과 중국의 제련소들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 때문에 조업규모를 줄이면서 급감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9일 t당 3265달러까지 올라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뒤 다시 약 1% 하락했다.
미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해 2023년이면 시장의 알루미늄 재고가 바닥난다며 알루미늄 가격이 1년 안에 t당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전기차 열풍 때문에 수요가 급증한 탄산리튬 가격 역시 지난해 400% 가까이 치솟아 t당 5만달러를 넘겼다. 미 씨티그룹은 올해 리튬 수요량이 공급량을 6% 앞지른다며 가파른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배터리 수요 증가와 소재 공급 부족으로 리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전년대비 40% 이상 오른 900만대, 2030년에는 2700만대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 소재인 리튬 수요도 2021년 50만t에서 2030년 2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시장의 재고도 위험하다. FT는 상품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재고가 22년 만에 최저치에 달했다. 커피는 석유, 철광석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큰 원자재다. ICE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해당 원두 가격은 중미 지역의 조업 차질로 인해 올해 들어 13% 올라 0.45kg당 2.59달러를 기록,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금융회사 스톤X 애널리스트인 페르난두 마시밀리아누는 거래소가 확인한 재고 물량의 감소는 커피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1% 상승한 135.7p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13.5p에서 11월 135.3p로 꾸준히 상승하던 식량가격지수는 12월 134.1p로 소폭 하락했다가 지난달 다시 올랐다.
유지류의 경우, 전월보다 4.2% 상승한 185.9p를 기록했다. 팜유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출량 축소 전망에 대한 우려와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상승했다.
골드만삭스의 니콜라스 스노든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시장에 대해 "가장 극심한 재고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 없던 사태이며 공급쪽에서 반응이 없다"고 밝혔다.
FT는 이러한 원자재 부족 현상이 세계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부추긴다고 걱정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발표에서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5%에 달해 40년만에 최고치라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