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도약 위해 과학기술이 정치의 조타 맡아야"
2022.02.16 07:00
수정 : 2022.02.16 06:59기사원문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 G7의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정치의 조타를 맡아야 한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16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넘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식 교수는 종합건설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에서 건설경영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한 과학기술출연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건설·토목의 첨단분야를 연구하다 우주토목과 인연을 맺고 NASA와 수차례 공동연구도 진행했다.
■과학기술이 바이든 정부 항로 제시
이태식 교수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속에서 파산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해결할 열쇠가 '과학기술 이노베이션'에 있다는 것이 글로벌 공감대로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식 교수는 그 예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020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2021년 1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공동 주도한 유전학자 에릭 랜더 MIT 교수에게 서신을 보냈다. 그리고 대통령에 취임한 바이든은 랜더 교수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 국장에 선임하며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과학기술계가 대선때부터 수많은 제언과 촉구를 하면서 소통채널을 형성, 과학과 정치가 연합하는 과정을 목격했다"면서 "과학기술시대의 진정한 연합은 과학기술이 정치에 항로를 제시하고, 정치는 과학기술에 조타를 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과학기술과 산업 연결
현재 대통령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우리나라 대선후보들이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수는 "이 공약들이 실제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 주권을 확보하며 미래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인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과학기술 인력을 육성하고 공급 가능한 교육과 관련 산업들과 연관된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선 후보들의 과학기술을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장이 과학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과 연구기관의 과학기술 연구성과들이 물흐르듯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태식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산학연 오픈이노베이션 정책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이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교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융합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즉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신 산업 분야의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융합기술을 적기에 산업계에 이전해 사업화, 창업까지 연계하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원활한 연구 활동과 성과 창출을 위한 전문가 그룹의 네트워킹과 협업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스핀오프 시대' 지나 이제는 '스핀온 시대'
이와함께 이태식 교수는 "예전엔 하나의 기술이 다른 산업에 접목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린 스핀오프(Spin-off)의 시대였지만, 이제는 하나의 기술이 모든 산업을 바꾸는 스핀온(Spin-on)시대"라고 언급했다. 동시다발적으로 바로 접목되는 과정의 요소기술 하나하나가 미래 핵심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주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국형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시험발사를 전후로 뉴스페이스 시대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나로호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가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우주기술을 우주산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우주기술의 벤처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우주산업은 방산업체나 항공산업, 통신에서부터 심지어 우주 관광까지 포함하고 있다. '달에서 전기를 만들어 지구로 보내겠다', '날아다니는 행성을 낚아채 백금을 캐겠다' 등 세계적으로 많은 벤처기업이 우주를 무대로 기상천외한 사업을 꿈꾸고 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게 되겠어?'라며 우주개발을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간기업들도 빨리 우주산업에 뛰어들어야 하며, 그러려면 젊은이들이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벤처의 주역은 요소기술 하나하나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인력과 중소기업으로, 이들로 하여금 경쟁력 있는 우주 기술 브랜드를 만들어 한국 우주 기술의 산업화를 선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