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봉으로 아는 근소세, 낡은 과표 고쳐야
2022.02.15 18:52
수정 : 2022.02.15 18:52기사원문
근소세가 늘어난 것 자체를 탓할 순 없다.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증가에 맞춘 합리적 상승분일 경우 납세자가 달리 불만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수입이 뻔한 직장인에게만 무거운 세금 짐을 지게 할 경우다. 정부 납부내역을 보면 지금 상황이 그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총국세는 29.6% 증가했다.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 등에게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오히려 0.1% 줄었다. 근소세만 40%가량 증가한 것을 두고 정부는 취업자 수가 늘었기 때문이라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는 설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귀속 근소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는 1950만명으로 2017년 대비 8% 정도 증가했다. 더욱이 연말정산 신고 근로자 중 37%는 과세기준에 미달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결국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산층 월급쟁이들 지갑만 얇아졌다는 의미다. 조세정의와 거리가 있다.
물가는 오르고 이에 연동해 월급은 소폭 올랐는데 근소세 과세표준 구간은 15년째 제자리다. 이 과세체계를 고치는 것이 시급하다. 1200만원, 4600만원, 8800만원 구간으로 설정된 2008년 체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4600만원 임금근로자가 임금이 10만원 오를 경우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구간으로 넘어가 세율이 종전 15%에서 24%가 된다. 뜀박질하는 물가로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이 늘면서 저절로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는 공정하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평균 급여액은 2017년 3519만원에서 지난해 3828만원으로 8.8% 늘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0% 상승했다. 이를 감안할 때 근소세 증가 폭은 누가 봐도 지나치다.
소득세 체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일정 기간마다 과표를 물가상승률만큼 올려 실질소득이 늘지 않는 한 세금도 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직장인들은 앞으로 더 치솟을 물가도 걱정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각종 사회보험료 압박까지 받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조세원칙에 입각해 서둘러 근소세 과표체계를 개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