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일상화된 사회 바꾸고싶다"
2022.02.17 18:36
수정 : 2022.02.17 18:36기사원문
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은 지난 3일 국회에서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성소수자 청년 3911명 가운데 41.5%가 '최근 1년간 진지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성진 다움 대표(28·사진)는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며 "어떤 조사나 문헌에서만 그런 경향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저희 주변 경험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는 성소수자 청년 3911명 등이 참여했다. 한 대표를 비롯한 다움 측은 조사 참여 규모가 예상보다 커 놀랐다는 반응이다. 한 대표는 "저희 욕심에 설문 문항이 200개가 넘다 보니 응답을 다 하려면 40분이나 걸린다"며 "최소치로 1000명을 잡았는데 이렇게 많이 도와주신 것을 보면 그만큼 성소수자 청년들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움은 성소수자 청년을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돼 지난 2019년 12월 창립됐다. 창립 초기부터 기획한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구체화돼 지난 1월 마무리됐다. 한 대표는 "예산 문제로 연구 조사기간이 엄청 빠듯하게 짜였다"며 "그래도 이렇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단체를 만들면서 '이 연구 조사는 무조건 할 거다' 하고 구상해온 덕분"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를 비롯한 다움 측은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수치가 필요했지만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수치가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성소수자 건강 문제 등이 그의 성정체성이나 차별적 사회환경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수치적으로 보여줘 차별 등이 일상화된 그들의 삶이 당연한 것, 최선의 것이 아님을 나타내고 싶었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이번 조사가 끝이 아니라고도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를 가지고 여러 단체와 간담회를 가지는 등 결과 재확인·해석 과정을 거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종 목표는 정책 제언에 있다"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현존하는 정책들을 정리하고, 각각에 필요한 개선점 등을 포함해 5~6월에 최종 보고서를 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국회 토론회를 가진 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국회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마이크를 쥐여 주고 토론회를 시켰다"며 "그 수준도 성소수자를 반대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것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와 토론회를 계기로 사람들이 성소수자 문제에 좀 더 깊게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