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베이징 올림픽 폐막과 우크라이나 사태 : '안보의 나비효과' 경계해야
2022.02.20 18:29
수정 : 2022.02.21 16:51기사원문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블랙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발 유라시아의 전쟁 기운이 남의 일이라 방관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한반도 안보 차원에서도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안보는 나비효과라는 측면에서 연결지점이 적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는 근본적으로 ‘미국 vs. 러시아’의 대결 구도인 측면이 강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가 중·러 공조 밀월을 과시한 상황에서 미국도 유럽과 대응 공조를 넘어 역외 국가에서 공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는 동북아 지역까지 나비효과로 연결될 수 있는 역학을 창출한다"고 진단했다.
즉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동북아 질서가 ‘북·중·러 삼각 vs. 한·미·일 삼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이어 "베이징동계올림픽이 폐막 이후 시기가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면서 그러한 배경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에 기존 핵보유 실패국과는 다르다는 신호 제공과 전략적 위상을 강압하려는 의도로 베이징올림픽 직후가 '핵실험, ICBM 발사, SL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유리한 시기라는 판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중국·러시아 등 6개국과 이란이 열린 최종 협상에서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과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의 ‘이란핵합의(JCPOA)’를 도출했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다시 복원됐다. 우크라이나도 미국과 영국, 러시아가 주도한 부다페스트 협정(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을 통해 안전보장 약속을 받는 대가로 핵무기 자신 반납한 결과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이어 또 다른 안보위기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북한은 현 국제정세를 이용해 '자신의 핵무장 기정사실화로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들 국가와 자신들이 다르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한국은 국제정세와 북한의 셈법을 선제적으로 읽어내어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지적하고 반성하게 하는 대일 지렛대도 높인다는 측면에서 안보협력 필요성에 대한 상승 기제를 놓치고 주도하지 못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구조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억지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체결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한국의 대미, 대일 레버리지'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핵 대응 공조'에도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도출한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라는 셈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한국은 동맹국 미국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존의 대북제재가 빈틈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도발 시 당사국으로 적극적으로 추가 제재 방안 논의에 나설 수 있도록 사전검토와 같은 예비된 준비를 수립해둬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북억제력 가동을 현시하기 위해서 북한이 도발한다면 도발규모 및 강도에 준하는 상응조치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나온다.
"북한이 SLBM을 발사하면 한국도 SLBM 발사시험을 도발 당일 늦어도 다음날까지는 반드시 시행해 도발의 기정사실화가 작동되지 않도록 전략적 강압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먼 지역에서 발생한 남의 일로 치부해선 안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군은 '자강'과 '동맹'의 투트랙을 연계해 안보태세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갖춰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미 백악관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담은 19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이번 문건이 30년 전인 1991년 동아시아 전략 구성과 큰 변화가 없다며 (현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아시아태평양을 미국의 전략적 우선 과제로 재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무역 전략적인 관점에서 태평양 지역 경제 틀이 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며 "경제와 국가안보의 경계는 모호해져 공급망 복원력이나 디지털 네트워크 또는 5G, 사이버 공간 통제 같은 문제들은 이제 국가 안보 사안으로 유연한 국가적 집단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크 부소장은 "인도·태평양 전략은 정책이 아니라 체크리스트(확인 목록)라며 환경, 해양네트워크, 교환학생, 사회기반시설, 백신 등 1~2년 뒤에 확인할 사항"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미 백악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거의 모든 도전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불행한 역사 문제로 긴장 상태의 해결이 요원해 보이지만 미국의 노력과 도전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감정·정치적' 문제를 '안보·경제' 문제와 분리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정치안보 전문가들은 역으로 해석하면 한국이 인·태전략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술혁신과 안정적인 공급망'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안보와 경제가 융합되는 ‘경제안보’의 시대에 "한·일 간 경직된 관계가 지속될 경우 한·미관계는 안보뿐아니라 경제부문에서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