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항공사 한발짝 더 나갔지만 시너지 반감 우려…LCC는 '화색'
2022.02.22 15:03
수정 : 2022.02.22 15:05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이장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면서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한발짝 더 나갔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향후 10년간 두 회사의 통합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26개 국제노선과 14개 국내노선의 슬롯 및 운수권 반납 등의 구조적 조치를 부과함에 따라 통합항공사의 시너지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보유한 26개 국제노선과 14개 국내노선의 경우 합병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합병일로부터 10년 동안 일정 수준의 슬롯(Slot·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권리)을 반납·이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26개 국제노선 가운데 운수권이 필수인 유럽·중국 등 11개 노선도 운수권 반납을 의무화했다.
당분간 운임 인상도 제한된다. 제한 시점은 슬롯·운수권 이전이 공정위의 목표 수준까지 완료되기 이전까지다. 공급 좌석 수를 축소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초대형 항공사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승인을 위해 내건 조건이 통합항공사 시너지 효과를 적지 않게 깎아먹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시정 명령을 부과한 노선은 ΔLA,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 미주지역 5개, Δ프랑크푸르트, 로마,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시드니, 이스탄불 등 구주·대양주 7개 Δ시안, 부산/청도, 장가계, 선전, 부산/북경 등 중국 5개 Δ푸켓, 프놈펜, 자카르타, 괌, 팔라우, 부산/세부, 부산/다낭, 부산/괌 등 동남아 8개 Δ부산/나고야 일본 1개 등이다. 국내선은 제주~김포, 청주, 부산, 광주, 진주, 여수, 울산 등 7개 노선이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공정위의 이번 조건부 승인은 다른 경쟁당국의 승인 조건에 비해 과한 측면이 있다"며 "항공산업에서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공정위 조건부 승인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윤철 항공대 교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통해 '메가 캐리어'로 가야 글로벌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공정위의 결정으로는 당장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며 "노선과 운임 모두를 제한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강한 조치"라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10년 간의 시정 조치 이행 기간에 대해 "양사에 10년 동안 공급을 유지하라는 것인데,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항공 산업은 빠르게 변할 것"이라며 "공급을 정해두는 것은 경쟁사에게 전략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외국 항공사와 경쟁해야 하는 손발을 묶어 버린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항공산업은 외생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과 이행감시위원회의 존재는 항공사의 경영자율성을 떨어뜨리고 통합 시너지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결정으로 초대형 항공사를 향한 7부 능선을 넘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경쟁당국들의 승인이다. 경쟁당국의 승인이 있어야만 두 사의 합병이 최종 결정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래 필수신고국가인 터키,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태국은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님을 통보받았다. 또 임의신고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으며 필리핀 경쟁당국으로부터도 신고대상이 아니므로 절차를 종결한다는 의견을 접수한 바 있다.
필수신고국가중 남은 곳은 Δ미국 Δ영국 Δ호주 ΔEU Δ일본 Δ 중국 등 6개 국이다. 우리나라 공정위의 최종 결론이 나온 만큼 이들의 승인 여부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유럽이 강하게 견제했던 조선사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통합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경쟁당국의 불승인으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황 교수는 "공정위 조건부 승인까지 나온 상황에서 경쟁당국 승인을 못 받으면 곤란한 상황이 온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도 "경쟁당국의 심사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가지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CC(저비용항공사)는 노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해 시정 명령을 부과한 노선은 대부분 '알짜노선'으로 평가된다.
LCC 관계자는 "비행기를 띄우고 싶어도 슬롯과 운수권 문제로 어렵던 곳에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된 것"이라며 "LCC 입장에서는 큰 투자 없이 (10년 이라는 시간 동안) 새로운 노선을 취득하게 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다만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 대형기를 도입해야 하는 등의 구조적 한계는 있다. 또 10년이라는 시정조치 이행 기간이 있지만 이 기간 동안 일부 LCC가 '선점'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우려도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CC가 운수권을 당장 가지고 온다로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팬데믹 이전의 외형을 회복하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3~5년 정도 기존의 근거리 노선을 회복하고 이후 중대형기 도입 등을 통해 대한항공이과 아시아나항공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