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이로, 재미로…느슨한 처벌에 죽어가는 동물들

      2022.02.23 18:24   수정 : 2022.02.23 18:43기사원문
매년 최소 수십마리의 반려동물이 여러 잔인한 방법으로 학대를 당하고 일부는 끝내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학대가 중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달리 재판부의 약한 처벌이 범행을 부추긴 결과라는 지적이다.

■때리고, 떨어트리고, 생매장하고…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확인된 동물학대 관련 사건만 해마다 30~50여건에 달한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한 해 동안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 금지 위반 관련 전국 법원 1심 판결문 33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피해 동물을 살해한 사건은 14건에 달했다. 피해 동물이 부상을 입은 사건은 16건, 방치 또는 유기된 경우는 3건으로 분석됐다.
가해자 유형별로는 가해자 소유인 경우가 16건에 달해 절반을 차지했다. 타인 소유의 동물을 학대한 경우는 14건, 소유자가 없는 경우는 3건으로 나타났다.

학대로 숨진 동물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잔혹하게 생명을 잃었다.

A씨는 지난 2020년 3월 전북 순창군에서 자신의 반려견이 짖어 집주인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는 이유로 화가 나 반려견의 목줄을 강제로 잡아당기고 빙빙 돌려 바닥에 수회 내리치는 등 학대를 가했다. 이어 분이 풀리지 않았던 A씨는 주먹과 발로 10여차례 반려견을 폭행하고 발로 10여회 짓밟아 반려견을 끝내 죽음에 이르게 했다.

B씨는 지난해 4월 대구 달서구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자신의 손을 할퀴자 화가 나 복도 창문을 열고 "아빠가 미안해"라고 외치며 고양이를 1층 화단으로 던져 죽였다. 반려묘가 숨졌지만,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례비를 아끼려 12년간 키운 반려견을 생매장한 사례를 비롯해 이렇다 할 까닭 없이 주인이 있는 동물을 집요하게 학대해 죽인 사례도 있다. C씨는 2020년 6월 서울 강서구 옆 사무실 근무자가 잠시 맡겨둔 강아지를 별다른 이유 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흔들어 바닥에 약 25차례 떨어트렸다. 이후 강아지의 다리를 붙잡아 흔들거나 수건으로 강아지를 10여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동물학대로 이익 창출까지"

동물에 가학 행위를 하는 학대에 그치지 않고 이 과정을 촬영하는 엽기적인 행각도 확인됐다.

2020년 6월 창원시 성산구에서 D씨는 새끼 길고양이 3마리를 집으로 데려가 목에 줄을 매달아 고양이가 괴로워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어 집게형 옷걸이와 문구용 집게를 이용해 고양이 3마리를 벽에 매달았다가 내리는 행위를 약 20분간 반복하며 그 과정을 촬영했다. 또 다른 동물학대 가해자 E씨는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 강아지와 쥐 등을 잔인하게 죽이는 영상을 올려 지난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확정받았다.

권유림 변호사(법률사무소 율담)는 "학대 과정이 영상 등을 통해 이익 창출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보니 가해자들이 경각심을 크게 가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D씨는 동물보호법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언급된 B씨는 동물보호법위반뿐 아니라 화학물질관리법위반(환각물질흡입)과 특수재물손괴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동물보호법위반과 재물손괴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19년 서울 마포구에서 고양이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한 정모씨가 징역 6월을 선고받고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는 듯했는데 최근 처벌이 다시 물렁해진 추세"라고 설명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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