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속 찾은 희망의 글 "삶이 힘들땐 숨겨진 축복을 생각한다"

      2022.03.01 17:20   수정 : 2022.03.01 17:20기사원문

남편 러스와 나는 28년 동안 우리집이라고 부르던 동네를 차로 돌고 있었다. 한때 우뚝 솟은 소나무가 우거졌던, 시에라네바다산맥의 작은 언덕들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바닥은 두터운 잿더미로 덮여 있었다.

남겨진 나무들은 새까맣게 탄 그루터기가 되었다.

2주 전,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즉시 대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북부에 무섭게 번지던 산불이 우리 쪽으로 향한 것이다.

우리는 고양이들과 소지품만 몇 개 챙겨 차에 뛰어올랐다. 며칠 동안 우리는 어떤 소식이라도 듣길 바라며, 이 호텔에서 저 호텔로 전전했다. 마침내 듣게 된 소식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우리집이 바로 산불의 통로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돌아가도 좋다는 허가가 나왔다. 러스와 나는 삽, 작업화, N95 마스크, 장갑을 샀다. 건질 수 있는 건 뭐든 건져낼 것이다.

굴뚝들만이 한때 집터였음을 알려 주는, 종말을 방불케 하는 황무지를 우리는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우리를 기다리는 상황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 우리집은 다 사라지고 돌무더기뿐이었다. 기념품, 사진, 집안 가보, 나의 소중한, 영감을 주던 책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남편과 함께 재와 잔해를 퍼내며 눈물을 훔쳤다. 우리는 현관 입구에 세워 두던 주철로 된 나무를 발견했다. 아들이 내게 준 장식용 접시는 검게 탔지만 전체가 남아 있었다.

'주님,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 내나요?'

궁금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죠?'

우리 인생이 마치 모조리 휩쓸려 간 느낌이었다. 우리는 오후 늦게서야 작업을 그만두었다. 러스는 우리가 찾은 것들을 차에 실었다. 산들바람이 세지니, 공기 중에 재가 빙빙 돌았다.

"갑시다."

남편이 말했다. 차에 타려고 몸을 돌렸다. 그때 한쪽 신발에 무언가 걸려 있었다. 그을음에 더러워진 종잇조각이었다. 종이를 집어 들었다. 가장자리는 그슬렸지만, 신기하게도 글자는 읽을 수 있었다.

"삶이 어렵게 느껴질 때, 나는 잠시 멈춰서 간혹 모든 상황 속에 숨겨진 축복을 되새긴다. 새로워진 신앙과 용기로 나는 다시 시작한다."

내가 가진 책 중에서 나온 말이 분명한 그 글귀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듣고 보니 모두 내게 필요한 말이었다. 잿더미에서 부활한 말이었다.

나는 종이를 액자에 꽂았다. 그리고 이후 몇 달간 묵던 모든 호텔과 모텔의 침대 머리맡 탁자에 두었다. 지금은 새 보금자리의 명예의 전당에 놓아 두었다. 그것은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 원문으로 읽는 오늘의 이야기 Words that Came to me

My husband, Russ, and I drove through our neighborhood, the place we'd called home for 28 years. The Sierra Nevada foothills, once thick with towering pines, were unrecognizable. The ground was covered with a heavy layer of ash. The trees that remained were charred stumps.

Two weeks earlier, we'd gotten an early-morning call telling us to evacuate immediately. The wildfire tearing through Northern California had spread and was headed our way.

We'd jumped in the car with our cats and a few belongings. For days, we'd bounced from hotel to hotel, desperate for news. What finally came wasn't good. Our house had been right in the fire's path.

Now we'd been given permission to return. Russ and I brought shovels, work boots, N95 masks and gloves. We'd salvage anything we could.

We drove slowly through the apocalyptic desolation, where chimneys marked where homes once stood. I wasn't prepared for what awaited us. Our house was nothing but rubble. Mementos, photos, heirlooms, my precious collection of inspirational books-all gone.

I wiped away tears as we dug through the ash and debris. We uncovered a cast-iron coat tree that used to stand in our foyer. A decorative dish our son had given me, blackened but whole. Bits and pieces of our life.

Lord, how will we survive this? I wondered. How will we go on? It felt as if our lives had been wiped out.

We called it quits in late afternoon. Russ loaded what we'd found in the car. The breeze picked up, swirling ash in the air. "Let's go" he said.

I turned to get in the car. That's when I noticed something stuck to my boot. A scrap of paper, smudged with soot. I picked it up. Its edges were singed, yet the words were surprisingly legible: "If life seems difficult, I pause and reflect on the blessing sometimes hidden within every circumstance. With renewed faith and courage, I begin again."

Words that must have come from one of my books, a passage I couldn't recall but now said everything I needed to hear. Words that rose from the ashes.

I framed that scrap of paper. I kept it on the nightstand in every hotel and motel we stayed in over the coming months. It now sits in a place of honor in our new home, a reminder that we can begin again.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후원문의 (02)362-4000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