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업 MSCI 지수 퇴출위기 국내증시 '반사이익' 누릴까
2022.03.01 18:09
수정 : 2022.03.01 18:09기사원문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의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들의 주식이 거래정지되고 러시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폐지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지수사업자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러시아를 MSCI 신흥국시장(EM)지수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러 기업 주식 거래중지·레버리지 ETF 상폐에 투자자 '패닉'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에 상장된 8개 러시아 기업의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광산철강업체 메첼(티커명 MTL), 통신업체 모바일 텔레시스템즈(MBT), 온라인 부동산 광고 플랫폼 사이언(CIAN)의 거래가 멈췄다.
나스닥의 경우 '러시아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YNDX), 핀테크회사 치위(QIWI), 전자상거래 플랫폼 오존(OZON), 온라인 채용 플랫폼 헤드헌터그룹(HHR), 게임업체 넥스터(GDEV)의 거래가 중단됐다.
양 거래소는 이번 거래 중단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의 경제제재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미국 ETF 운용사 디렉시온은 러시아 지수를 2배 추종하는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2배 ETF(RUSL)'을 상장폐지한다고 공지했다. RUSL은 오는 11일까지만 거래 가능하며 이달 11~18일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날 장 마감 후 상장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RUSL 가격은 폭락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6.46달러까지 떨어지며 이날 종가(9.56달러)보다 낮은 수준에 거래됐다.
이에 RUSL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증시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급락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하에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하루에만 101만6519달러어치(약 12억2440만원)의 RUSL를 순매수했다.
■MSCI EM지수 퇴출 위기..증권가 "韓증시에는 호재"
러시아는 MSCI EM지수에서도 퇴출 위기에 놓였다. MSCI 지수 연구 책임자이자 지수 정책 위원회 의장인 디미트리스 멜라스는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증시가 투자불가능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거래를 할 수 없다면 (MSCI EM) 지수에 러시아를 계속 포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MSCI 측은 조만간 위원회를 개최해 러시아 주식 시장의 접근성과 투자 가능성의 수준을 검토한 뒤 러시아의 MSCI EM지수 퇴출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MSCI는 'MSCI 러시아' 지수를 동결하고 지난달 발표한 2월 분기 리뷰에 따른 편입종목 변경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의 MSCI EM지수 퇴출이 결정될 경우 국내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SCI EM지수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4%다. 러시아가 제외되면 나머지 EM시장으로 기존 투자자금이 분산 유입된다. 한국의 경우 4조~8조원 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EM 추종자금 규모를 1조달러로 가정하고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산출해보면 러시아가 EM지수에서 제외됐을 때 한국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금액은 4조원 전후로 산출된다"고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