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다운로드 100명 아래…이투스 메타버스 난항 왜?

      2022.03.02 06:15   수정 : 2022.03.02 06:15기사원문
이투스교육이 홈페이지 단과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엘리펀'을 홍보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이투스가 추진하고 있는 중·고등 교육 메타버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고등 교육 특성상 성과를 장담하기 힘든 메타버스에 이투스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집행되면 이에 따른 부담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중·고등 교육기업 중 메타버스를 개발·운영 중인 곳은 이투스교육이 유일하다.

이투스는 지난해 12월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엘리펀을 내놨다.


이 플랫폼은 이투스와 KT 개발 자회사 KT DS가 공동 개발했다. 개발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4~5억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엘리펀과 유사한 규모의 메타버스 구축 용역은 1~4억원 수준에 개발된다.

플랫폼 다운로드는 약 100일간 1만건을 밑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1000건 이상 5000건 이하의 다운로드 실적을 보였다.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실적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루로 따지면 일 최대 100건의 신규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호기심이나 이벤트에 따른 다운로드를 제외하면 실제 가입자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 관계자는 "앱 설치 횟수와 실제 이용자 숫자는 비공개"라고 설명했다.

교육대상과 플랫폼 운영방식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아이캔두'(교원그룹 개발)에 비해 뒤처지는 성과다. 유아·초등 교육 시장의 메타버스 플랫폼 아이캔두(교원그룹 개발)는 3개월여 동안 가입자 7만명을 넘어섰다.

엘리펀은 앱 형태로 출시해 접근성이 우수하다. 앱 다운로드 실적이 자체 플랫폼을 구매·가입해야 하는 아이캔두의 유료가입자 수를 훨씬 밑돌고 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용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는 업황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이 꼽힌다. 유아·초등 교육은 보통 놀이 학습이나 창의성 및 두뇌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여러 아이템과 교육내용을 가상공간에서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는 메타버스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중·고등 교육은 정규교과 과정에 맞춰 학습 성과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고학년이 될수록 성적도 감안해야 한다. 이같은 이유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최대한 강의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데 목적을 둔다.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배경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강의나 수업 내용만 다루는 식이다.

메타버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국내 중·고등 교육환경에서 게임과 SN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은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로 온·오프라인 결합이 필요한 종로학원, 대성학원 등은 메타버스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교육 업계 1위 메가스터디나 대성마이맥도 메타버스 플랫폼은 기획하지 않았다.

교육 업계 관계자는 "입시나 재수생의 경우 스마트폰을 없앨 정도로 절박하다"며 "메타버스가 유행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비춰봤을 때 중·고등 교육에 적합한 모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포함, 에듀테크를 겨냥한 이투스의 투자계획에도 우려가 감지된다.


홍태운 이투스 부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에듀테크를 대상으로 한 6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성인 온라인 교육 자회사 그로우 등을 엘리펀에 연결해 이 플랫폼을 '전 생애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고등 교육시스템의 한계를 바꾸지 않으면 메타버스가 끼어들 자리가 크지 않다"며 "성과를 보장할 수 없는데 무리한 투자가 계속되면 사교육비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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