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北, 올해 9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의미와 의도
2022.03.05 22:37
수정 : 2022.03.05 23:19기사원문
북한이 5일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올해 들어 9번째 무력 도발로 지난달 27일 이후 6일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북한이 오늘 오전 8시48분경,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참은 "현재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점 고도는 약 560㎞로 비행거리는 약 270㎞ 탐지됐다. 이는 지난달 27일과 비슷한 고각 발사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정점 고도는 약 620㎞로 비행거리는 약 300㎞였다. 다음날인 28일 북한은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수직 촬영과 경사 촬영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5일 오전 오전 8시58분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도 NHK 방송을 통해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비행고도 550km, 비행거리 300km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의 행위에 대해 항의했다"며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정보 수집 및 분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올해 1월에만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6차례, 순항미사일 1차례 등 지난달 30일까지 모두 7번의 미사일 무력 도발을 감행한 데 이어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28일 만인 2월 27일에 올 8번째 도발을 실행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8년부터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 모라토리엄을 유지해 왔으나 올해 1월 1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러한 조치의 철회를 시사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인공위성발사 기술과 탄도탄 발사 기술은 동일하기 때문에 레드라인 넘었다는 신호를 회피해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얼버무리려는 '회색지대 전술'과 '핵무기 실전배치 및 핵보유국 공식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은 한국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이틀째로 9일 공식 선거일을 나흘 앞둔 시점으로 북한이 이번 대선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적인 도발로 해석할 소지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미·중 치킨게임 양상과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에 편승해 '핵 보유국 기정사실화'를 도모하면서 '성동격서'식의 무력시위를 이어가면서 대남 압박과 대미 협상력 제고를 노린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은 항상 자신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최적의 타이밍에 발사와 도발의 성격을 중첩해 대미, 대남 메시지와 군사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대선 사전 투표 진행 중에 긴장 수위를 높임으로써 유권자을 향해 안보 불안감을 조성, 북한 자신들에게 비교적 유화적이고 유리한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우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으며 북한은 이러한 판단을 항상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풀이했다.
반 센터장은 "이번 도발은 대권후보들의 반응을 떠보고 '차기권력 길들이기' 차원에서 자신이 계획한 방식대로 차기권력이 순응하도록 여건 조성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은 '어떻게 북핵전략을 구사해야하는지' 치밀한 계획을 짜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올해 북한의 9번째 도발을 감행에 대해 '일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북의 도발을 부지불식간에 일상으로 규정되는 것은 북한의 회색지대전략에 말려든다는 의미"라며 "탄도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에서 당사국인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주변국보다 먼저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맞대응 차원의 '군사현시'에 나서 '억제력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북한의 도발 목적은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시 후 두 번째 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러시아·중국을 축으로 하는 독재국가 연대에 같이 서서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사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 관영 매체에는 '러시아를 두둔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기사가 실리고 있으며 이로 미루어 볼 때 독재국가와 행보를 같이 하며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로서도 진영(陣營)화 되고 있는 신냉전의 경쟁에서 같은 편에 서 있는 북한의 핵 포기를 종용할 리가 만무하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의 대선 정국에도 일정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 특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악화될 것이고 북한의 도발의 강도도 심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북한은 미국에겐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너희가 우리 문제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나"라며 "북한의 요구 조건을 들어 '핵보유국 인정'과 '핵감축 회담'으로 가려는 압박과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중·러 편에 서서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우리의 길을 갈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정부당국과 군은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무력 도발에 대해 군사력 현시 등 아무런 맞대응 전략 없이는 북한의 회색지대전략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치 군사외교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제공받는 '핵 억지'를 보다 확실히 하고 미국의 핵억지력의 신뢰도를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확장 억지’의 틀 안에서 미국과 '핵 공유' 프로그램을 등을 추진할 것을 제언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