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격전지서 군복·헬멧 착용 결혼식…"우리가 살아 있어 기쁘다"

      2022.03.07 12:04   수정 : 2022.03.07 12:25기사원문
6일(현지시간) 키예프 우크라이나 검문소 옆에서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전시 상황에도 결혼식은 열렸다. 다만 부부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포기하고 군복과 총기로 무장한 채 행진해야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있는 검문소 옆에서 군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례적인 결혼식인 만큼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을 비롯 동료 군인들과 방위군, 초청된 기자들로 결혼식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인 레시야 필리모노바와 발레리 필리모노프는 우크라이나의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 커플이다.

이들은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기를 소지할 계획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조국을 침공하자 자원해 전쟁터로 향했다.

결혼식은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압박하는 가운데 열렸다. 실제로 지난 27일 몇몇 민간인들은 키이우 인근 이르핀(이르펜)에서 도망치려다 박격포 공격으로 사망한 바 있다. 그 탓에 하객들도 군복에 방탄조끼를 입고 참석했다.

결혼식과 피로연은 우크라이나 방위군의 엄호 아래 진행됐다. 방위군은 어깨 너머로 발사되는 로켓 추진식 수류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들고 결혼 행렬에 합류했다.

비록 결혼식 다운 번듯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도 없었지만, 들판 잔디를 가로지르는 버진로드와 동료들의 축가가 결혼식 분위기를 냈다. 또 전통의식과 샴페인을 곁들인 피로연도 이어졌다.

이날, 결혼식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말 이후 서로를 처음 본다는 필리모노바는 "이 상황이 무조건적인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확실히 기운이 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살아있어 이 날이 시작돼 기쁘고, 남편이 살아서 나와 함께 있어 기쁘다"며 "우리는 적을 밀어내고 우리의 땅을 되찾아 승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결혼식의 마무리는 선물 증정식이었다.
커플은 전기주전자와 압력밥솥 등을 선물 받았는데, 각각의 포장 상자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이후 커플이 입맞춤 하며 결혼식은 끝났다.
당시 커플이 입을 맞추자 결혼식에 참석한 군중은 일제히 구호를 외치며 항전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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