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른들은 무죄일까요…'소년심판'이 던진 질문
2022.03.07 18:12
수정 : 2022.03.07 18:12기사원문
■"소년부 판사의 인력, 시간 부족에 놀라"
'소년심판'은 지난 10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년범죄를 다룬다. 그 잔혹함에 치를 떨었던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부터 여중생집단 성폭행사건, 렌터카 사망사고, 쌍둥이자매 시험지유출사건, 그리고 아파트 벽돌투척 사망사건까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했다. 사건의 디테일은 실제와 차이가 있지만, 각 사건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극적 재미와 주제 전달을 위해 '소년형사합의부'도 새로 만들었다.
현재 소년재판은 판사 혼자 단독재판으로 이뤄지나, 이 드라마에서는 기존 가정법원의 소년부를 '소년형사합의부'로 설정했다. 이에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가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을 모두 담당한다.
김혜수는 극중 소년범을 혐오하는 냉철한 '우배석' 심은석 판사를 맡아 소년범의 갱생을 믿는 다정한 '좌배석' 차태주 판사(김무열 분)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극중 엄중한 목소리로 소년범을 꾸짖거나 "혐오한다"고 발언하는 등 시종일관 날선 모습이다. 김혜수는 4일 인터뷰에서 "실제로 큰 소리로 야단치는 판사의 모습에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판사 정원 3300여명 중 전국 소년부 판사는 약 20여명. 김혜수는 이중 절반에 육박하는 판사의 재판을 참관하거나 면담했다. 그는 "호통치는 게 흔한 경우는 아니나, 때로 너무 이성적으로 대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더라"고 부연했다. 역대 최장기간 소년부 판사를 역임한 천종호 판사도 '호통판사'로 유명했다. 사건당 배당되는 시간이 3분에 불과해 호통을 칠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이 법정에 다시 서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혜수는 "천종호 판사님 동영상과 책도 봤다"면서 "다만, 연기함에 있어 특정인물을 떠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년부 판사의 팍팍한 현실도 짚었다. 김혜수는 "20여명의 소년부 판사가 연간 3만명 이상의 소년범죄를 다룬다"며 "인력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재판 때 피해자 사진, 내 아이디어"
소년범에게 가장 엄한 10호 처분을 많이 줘 별명이 '천십호'였던 천종호 판사처럼, 극중 김혜수의 별명은 '십은석'이다. 극중 김혜수는 '전과자를 만드는 게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상사의 지적에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라며 '죄의 무게'를 강조한다. 동시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가해자를 명명백백하게 가리려고 고군분투한다. 법정신에서 심은석은 늘 피해자의 사진을 붙여놓는데, 이는 김혜수의 아이디어였다. 김혜수는 "심은석의 대사 중에 '오늘 판결을 통해서 피해자는 억울함이 해소됐는가. 가해자는 반성하는가'가 있는데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소품팀에게 사진을 구해달라고 했고, 감독님이 적절하게 잘 활용해줬다"고 말했다.
"갈수록 영약하고 악랄해지는 소년범죄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그 1%에 가려진 소년범죄에 대해선 나 역시 잘 모르고 무관심했다. 소년범죄는 재범율이 높지만,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화도 잘된다더라." 실제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목격했다.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었는데, 부모와 함께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노력해서 인성뿐 아니라 성적도 전국 상위 3%에 들 정도로 개과천선한 경우였다. 그때 법관이 울먹이면서 세 번이나 (달라져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내가 소년범죄에 너무 감정적이었구나.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 어른들이 소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그들을 책임감 있게 이끌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또 사회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적인 지점과 직접 연결되는 드라마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소년심판'의 공개를 반긴 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둘러싼 법률과 교화의 문제를 잘 다뤘다. 문제는 부모에서 시작하지만, 국가의 책임이 크고,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평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