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현 체제론 신뢰 회복 못한다
2022.03.07 18:34
수정 : 2022.03.07 18:34기사원문
돌아보면 선관위의 신뢰 추락은 예견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초 대통령 몫 선관위원에 조해주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조 후보자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며 청문회를 거부했다.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댔다. 조해주 상임위원은 올해 초에도 연임을 놓고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급기야 선관위 직원들이 연임에 집단반발하는 일까지 벌어진 다음에야 문 대통령은 조 위원의 사임을 수용했다.
노정희 위원장은 진보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2020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에서 주심 판사를 맡았다. 대법은 2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지사는 큰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았다. 무죄판결로 제약이 풀린 이 지사는 이후 대선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같은 해 11월 노정희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거쳐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반면 총 9명 선관위원 중 야당 추천 몫은 현재 공석이다. 국힘이 추천한 문상부 후보자는 지난 1월 조해주 위원이 사퇴한 다음 날 스스로 물러났다. 사실 문 후보자도 야당 당원으로 가입한 전력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은 야당 몫 선관위원 자리가 빈 채로 치러지고 있다. 선관위원은 대통령이 3명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고, 국회가 3명을 선출(여당 몫 1, 야당 몫 1, 여야 합의 1)한다. 그냥 둬도 저절로 집권세력에 유리한 구조다. 이 마당에 야당 몫까지 빠졌으니 선관위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당연하다.
김기현 국힘 원내대표는 7일 "사실상 불공정 선거관리를 조장한 바로 그 몸체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선거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역 민주당 의원이라는 점도 다시 문제 삼았다. 사전투표 혼란은 관리부실이지 선거부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투표 결과가 박빙으로 나올 경우 불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안이다.
오이밭에선 신발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애당초 의심을 살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문 정부는 이 격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선관위의 중립성을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치색을 묻혔다. 당장은 9일 대선 본투표의 공정한 관리가 급선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면 위원장 진퇴를 포함해 선관위 운영을 일대 혁신해야 한다. 그런 다음 6·1 지방선거는 새로운 체제 아래서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