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2022.03.07 18:34   수정 : 2022.03.07 18:34기사원문
조선왕조실록(숙종 39년 1713년 4월 5일)에 보면 '소나무가 자라려면 반드시 몇 갑자(60년)를 지난 후에야 황장(黃腸)에 합당할 수가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황장목(黃腸木)이란 '누런 창자 나무'란 뜻이니 수령이 120년 넘는 반듯하고 속이 단단한 소나무를 이른다. 임금의 관을 만들거나 궁궐용 목재로 쓰였다.



황장목의 도벌을 막으려고 전국 60개 주요 산 입구에 황장금표(黃腸禁票)를 세웠다. '소나무 특별 보호구역'이다.
금강송은 식물분류학상 소나무의 학명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 우에키 호미키(1882∼1976)가 붙였다. 금강송이란 이름이 이전 기록엔 나오지 않는다.

'백두대간 금강산에서 경북 영덕에 걸치는 산악지대에 주로 자라는 질 좋은 소나무의 한 품종'이 금강송의 학문적 풀이다. 황장목, 강송, 적송, 홍송, 육송, 해송, 곰솔, 춘양목, 안면송, 반송, 조선 소나무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는 국내 자생 금강송 최대 군락지이다. 총면적 212.13㎢(약 6416만평)에 이른다.

2008년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할 때 이곳 금강송을 썼다. 산림청이 2019년 정밀 식생조사를 한 결과 약 32만470개체가 확인됐다. 보통 둘레가 1m를 넘고 키는 20m, 수령은 60~70년이다. 100~199년은 2만770개체, 200년 이상도 500~1000개체나 분포했다. '미인송'으로 불리는 최고령송은 537살로 추정됐다.

7일 나흘째 수그러들지 않는 동해안 산불이 서울 면적의 4분의 1을 집어삼킨 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근처까지 위협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행여 불씨가 옮겨붙지 않도록 방어막 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나무는 한반도 생태계에서 중요한 나무이자, 민족적 상징성이 크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나무이다.
굵은 소나무가 대나무숲처럼 빽빽한 한국 소나무 '최후의 보루'가 부디 무사하길 바란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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