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충성 안한' 尹, 대통령 됐다
2022.03.10 03:27
수정 : 2022.03.10 03:49기사원문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현장. 박근혜 정권 초기,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당선인은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황한 당시 여당 의원이 이유를 묻자, 윤 당선인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 발언 이후 윤 당선인은 좌천됐다.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최서원) 특별검사팀'을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영입 1호 대상자로 윤석열 당선인을 지명, 고심 끝에 합류했다. 삼성 수사를 지휘하며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해 3일 만에 구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와 신임을 받았고, 2019년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2020년 10월, 국회 국감 현장. 검찰총장이 된 윤석열 당선인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에 대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윤 당선인은 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옵티머스 사건 무혐의 처분을 지적한 박범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압박에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셨지 않냐"며 반박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당선이 10일 오전 3시20분경 확실시 됐다. 무난하게 검사 인생을 살아오던 인간 윤석열이 대중에게 각인되는 사건은 이 세가지로 나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과 '박근혜 특검'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극한 대치로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부각되면서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공정 검사' 이미지를 쌓았고 '반(反)문재인 대표성'을 지닌 인물로 정권교체의 선봉자가 됐다. 특히 총장직 사퇴 전부터 국민의힘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야권 유력주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같은 해 6월 정계 입문을 선언한다. 이 기간동안 윤 당선인은 여야 차기 대권주자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차지, 여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 당선인은 보수정당 터줏대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과 수차례 토론회 등을 통해 경쟁을 벌였다. 제1야당의 최종 후보가 된 후에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와 지지율 선두 자리를 주고 받으며 치열한 대치 구도를 형성했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정치신인으로서의 감사함과 미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원내 정당으로선 사상 첫 30대 당대표인 이준석 대표와 만나 아슬아슬한 '케미'를 보였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를 마련한 이 대표의 지원에 힘입어 2030 지지세를 바짝 끌어왔다. 대선을 6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극적 단일화를 이뤄내며 공동 정부 구성을 약속했다. 국민의당과 대선 직후 합당하기로 하면서, 국민의힘의 외연확장 기회를 마련했다.
윤 당선인은 자타공인 소문난 애처가다. 2012년 다소 늦은 나이인 52세에 띠 동갑의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사업가 기질이 뛰어난 것으로 전해진 김씨는 전시기획자로, 문화예술 콘텐츠 업체 '코바나컨텐츠'의 대표다. 앤디 워홀, 샤갈, 고흐, 고갱 등 해외 유명 예술가들의 굵직한 국내 전시를 기획했다. 윤 당선인 부부는 '토리', '나비' 등 반려견·반려묘를 포함해 7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윤 당선인의 반려동물 상당수가 유기견·유기묘로,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