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GOS 논란' 불지핀 게이머들…시작은 '중국산 게임'이었다
2022.03.10 07:15
수정 : 2022.03.10 07:15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삼성전자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 S22'에서 발생한 'GOS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예고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과장 광고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게임최적화서비스' GOS(Game Optimizing Service)는 이용자가 고사양 게임을 이용할 때 발열을 막기 위해 그래픽 등의 성능을 낮추는 기능이다.
눈여겨볼 점은 논란의 근원지에 중국산 게임 '원신'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모바일 게임 원신을 이용할 때 그래픽 문제가 발생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고, 대형 IT 유튜버들도 게임 '원신'을 이용해 스마트폰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즉, 중국산 게임이 한국 스마트폰의 성능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것. 한 수 아래로 무시했던 중국산 게임의 '초고속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성능'에 진심인 게이머들, 'GOS 의무화' 뿔났다
이번 갤럭시S22 논란의 시작은 '게이머'였다. 사실 일반 이용자의 경우 'GOS'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GOS는 스마트폰으로 고사양 게임을 이용할 때 자동적으로 기기 성능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고사양 게임으로 인한 지나친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GOS는 지난 2016년 출시된 '갤럭시 S7'부터 존재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게이머들은 그간 꾸준히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고품질'로 즐기기 위해 비싼 스마트폰을 샀는데, 강제로 '저사양'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GOS 논란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삼성전자가 신작 갤럭시S22부터 'GOS 우회 경로'를 차단하면서다. 그간 게임 이용자들은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해 '유료앱'을 구매해 GOS를 의도적으로 우회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이같은 우회 방식마저 전면 차단하자, 게이머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시속 300㎞ 달리는 스포츠카를 샀는데 알고보니 속도제한 걸린 자동차다"면서 "역대 최고 성능을 강조하는 갤럭시 S22는 명백한 허위 광고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 스마트폰 검증 기준이 된 중국 게임 '원신'
게이머들이 지적한 고사양 게임의 중심엔 '원신'이 있다. 원신은 지난 2020년 9월 중국의 게임사 '미호요'가 출시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모바일 뿐만 아니라 PC·콘솔 버전까지 출시할 만큼 '화려한 그래픽'을 강조한다. 출시 당시 "중국 게임의 편견을 깬 높은 퀄리티 게임이다"는 평을 받았다.
원신 이용자들은 최고의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값비싼 돈을 주고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한다. 실제 이번 논란에서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낸 사람들도 바로 '원신' 이용자들이었다.
갤럭시 S22 출시 당시, 회원 수 21만명을 보유한 원신 공식 커뮤니티에서는 '갤럭시 S22'에 대한 비판글이 줄을 이었다. 한 원신 이용자는 "갤럭시 S22 울트라로 바꾼 지 얼마 안됐는데도 원신 돌릴 때 왜 버벅일까"라며 "알고 봤더니 발열 잡으려고 성능을 절반이나 낮추게 만들어놨다"고 글을 적었다.
IT 유튜버들 역시 갤럭시S22 성능을 테스트하면서 게임 '원신'을 이용했다. 한 유튜버는 원신을 20분간 이용하면서 갤럭시S22의 성능, 발열, 프레임 등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4일 "향후 업데이트를 하면 '원신'의 FPS(초당프레임수)가 10프레임 개선될 것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산 게임이 한국 스마트폰 성능을 검증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것. 한국 게임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 게임의 영향력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 '퀄리티' 높인 中 게임, 한국 시장 점령
중국 게임의 '폭풍 성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이어 글로벌 게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명백한 '게임 강국'이다. 게임 업계에선 "중국 모바일 게임이 양적·질적으로 한국 모바일 게임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많다.
문제는 '역차별'이다. 중국산 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지만, 정작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의 '문턱' 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사드 사태'를 겪은 이후 한국 게임에 '판호'(서비스 허가권)을 발급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10위에 든 중국 게임은 3개. 그런데 지난 2017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게임은 3개다.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잠식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정한 시장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등 다수의 한국 고사양 게임이 있지만, 이번 갤럭시S22 논란에서 중국의 '원신'이 부각된 건 중국 게임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면서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게임과 제대로 한번 붙어볼 수 있게 '판호' 문제라도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