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고 15분 또 다른 제주가 펼쳐진다... 섬 속의 섬, 우도
2022.03.11 04:00
수정 : 2022.03.11 08:05기사원문
■우도 속의 숨겨진 풍경을 찾다, 돌칸이해안
우도가 소를 닮은 섬이라고 불릴 정도이니, 소의 여물통이 있는 것은 당연한 걸까. 해안가 안쪽의 움푹 들어간 모양이 소의 여물통과 닮았다 해서 '돌칸이'라고 불리는 해안을 찾았다. 천진항에서 마을 뒷길로 빠지면 돌칸이 해안으로 향할 수 있다. 돌칸이 해안 절벽지대 광대코지 쪽의 응회암, 우도봉 안쪽 퇴적된 현무암의 모습이 장관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돌칸이해안을 찾으면 '비와사폭포'를 만날 수 있다. 평소에는 폭포는 커녕 흔적도 없지만 비가 오면 빗물이 해안절벽을 따라 쏟아지는 폭포가 생긴다. 말 그대로 '비가 와야 생기는 폭포'라는 의미다. 최근에는 우도봉과 돌칸이해안, 성산일출봉의 풍경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건축가 겸 환경운동가이면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한 명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를 테마로 한 '훈데르트바서 파크'다. 훈데르트힐즈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 톨칸이'에서는 돌칸이 해안의 큰 바위 얼굴을 품은 절경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우도봉 아래 협곡 속에 숨어있는 검멀레해변으로 향했다. 해변가에서 언덕 아래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환상의 동굴 보트 타는 곳'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보트를 타면 우도8경 중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낮에 뜬 달이라는 의미의 '주간명월', 후해석벽, 얼굴바위, 용머리바위, 동안경굴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보트에선 해설사가 관광 포인트에 대해 설명하고 이따금 놀이기구를 타듯 스피드 있게 보트를 즐기다 보면 후해석벽에 도달한다. 절벽은 마치 용이 승천하거나 사람의 얼굴을 한 형상이 곳곳에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옥빛 제주바다에서 남쪽 절벽 아래 해식동굴로 들어간다. 동굴 천정에 햇살이 반사되면 낮에도 밝은 달처럼 보인다고 하는 우도8경 중 제1경인 '주간명월'은 어두운 동굴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얀모래가 일품인 서빈백사, 우도산호해변
우도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3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에서도 누군가 해변에 팝콘을 뿌려놓은듯한 장관을 연출하는 우도산호해변을 빼놓을 수 없다. 우도산호해변의 하얀 모래는 사실 모래가 아니라 해양 조류 중 하나인 홍조가 해안으로 밀려와 퇴적된 것으로 이 해변을 '홍조단괴산호해변'이라고도 불린다. '홍조단괴'란 홍조류가 생리과정에서 탄산칼슘을 축적해서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것을 의미한다. 홍조단괴로 이뤄진 해변은 전세계에서도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도산호해변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되고 있으며 홍조단괴의 반출을 금하고 있다.
'서빈백사'라고도 불리는 우도산호해변은 수심에 따라 바다 빛깔이 다양하기 때문에 동남아나 지중해 등 해외 유명 바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햇빛에 비춰진 하얀 모래빛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지면서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주변의 검은 현무암과 대조를 이루는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는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다.
우도산호해변 동쪽 반대편에 위치한 하고수동해변은 후릿그물을 이용한 멸치잡이가 가능한 마을어장이었다고 한다. 400m에 달하는 길고 넓은 해변으로 수심이 얕기 때문에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러 오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다. 현재는 해수욕장으로 더욱 유명하다. 하고수동해변 모래는 무척 곱고 부드럽기 때문에 맨발로 해변을 거닐고 싶게 만든다. 푸른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 있는 구름,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햇살을 머금은 하고수동해변을 바라보면 여기가 제주도인지, 외국의 어느 유명한 해변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쉽게 보지 못하는 바다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제주속 사이판 해변'이라고도 불린다.
■섬이 품은 또 하나의 섬, 비양도
하고수동해수욕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비양도로 향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코미디언 박나래가 배낭도보여행을 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섬이다. 이곳에서 박나래는 "일몰을 보고 있으니까 마음이 물드는 것 같았다. 올해 만큼은 더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내려놓은 것 같다. 빨간약을 바른 것 같다.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섬이 품은 또 하나의 섬, 비양도는 우도와 연도교로 연결돼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섬으로 2~3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하고수동해변을 둘러본 뒤 비양도로 이동해 짧은 산책을 즐기기 좋다. 섬 안의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애기 업은 돌과 코끼리 바위가 대표적이다. 또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바닷물로 된 염습지 '필랑못'이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 변화가 큰 습지다. 비양도는 인위적인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주 바다와 하늘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야영장이자 '우리나라 3대 백패킹 성지'로 유명하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반짝이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잠이 들면 어느새 눈부신 햇살이 단잠을 깨운다. 비양도 야영장의 망루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일출도 일품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