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패배, 5대 실언

      2022.03.10 19:44   수정 : 2022.03.11 10:31기사원문

요약
·어쩌다 촛불혁명 5년만에 정권이 넘어갔을까
·민심과 동떨어진 실언이 줄줄이 이어졌다
·유권자는 오만한 정권을 용서하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졌다. 촛불혁명 5년만에 정권이 넘어갔다. 보수 10년, 진보 10년 속설도 깨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말에도 끄덕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아래 다섯가지 실언을 꼽고 싶다

① 이해찬 당대표 "20년 연속 집권"

2018년 8월 민주당은 이해찬을 당대표로 뽑았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정부 20년 연속 집권을 위한 당 현대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최고위원회의에선 "민주정부 20년 집권 플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20년은 50년으로 늘어난다. 2018년 9월 창당 기념행사에서 이 대표는 "앞으로 (대통령) 몇 사람을 더 당선시켜야겠나. 한 열번은 시켜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임기 5년씩 10명이면 모두 50년이다.

이 대표의 호언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순풍을 만난 듯 했다. 이대로 가면 2년 뒤 대선 승리는 떼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돌아보면 이게 쥐약이었다. 민주당은 압도적 숫자를 앞세워 부동산 3법을 밀어붙였고, 결국 이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 대표가 20년, 50년을 말할 때마다 "누구 맘대로"라는 반감이 일었다. 나만 그랬을까. 유권자는 집권당의 오만을 용서하지 않는다.

②문재인 "마음의 빚을 졌다"



2020년 1월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뭐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빚'은 유권자 뇌리에 쏙 박혔다.

한 해 전 9월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조 장관은 35일만에 자진사퇴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 장관과 가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해도 너무 한다는 분노가 집권세력 안에서 솟구쳤다.

그러나 여론은 달랐다. 내로남불에 빗대 조로남불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자녀 입시 비리가 사법적 단죄를 받았다. 검찰 수사는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후임 추미애 장관은 살아 있는 정권과 맞서 싸우는 검찰총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럴수록 윤 총장은 정치적 거물로 자랐으니 이런 역설이 또 있을까.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은 문 정권의 공동작품이다.

지도자는 종종 읍참마속의 결단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 그 바람에 민주당은 내로남불당(黨), 문 정권은 내로남불 정권이란 비판을 면치 못했다.

③김현미 "영끌 안타깝다"

2020년 8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최근 법인이 내놓는 물건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뜻)한 30대가 받아주는 양상이 돼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머잖아 집값이 떨어지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무모한 투자자 취급을 당한 젊은층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럴 만도 하다. 애당초 정부가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했으면 누가 영끌을 하겠는가. 영끌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엉뚱하게 젊은층에게 화살을 돌린 셈이다. 지금 집값을 보면 그때 영끌해서 집을 산 젊은이들은 참 현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줄기차게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인하고 시정을 약속했다. 대선 승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부동산이라는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이 후보는 문 정부가 판 부동산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④ 민주당 여성의원들 "피해호소인"


2020년 7월 민주당 여성의원 30명은 입장문을 내고 "피해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피해호소인이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인당했다'고 하는 만큼 (진상조사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시청 영결식에 앞다퉈 참석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엔 분향소가 설치됐다. 유권자들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페미니스트 정당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작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성운동가 출신 남인순 의원은 곧바로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다시 한번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동은 따르지 않았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는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을 선거캠프로 불렀다. 부른 사람이나 부른다고 간 사람이나 무신경하기는 마찬가지다. 3인방은 뒤늦게 캠프에서 하차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미 유권자들의 마음은 민주당을 떠났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반사이익 덕에 낙승을 거뒀다.

⑤이재명 "6개월 초보 정치인"



지난달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돼서,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지도력이 부족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토 가입을 공언하여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러시아에 맞서 국제 영웅으로 떠오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시했다.

이 후보는 하루 뒤 곧바로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사과했다. 지난 2일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화상으로 만나 "러시아의 공격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초보 정치인' 논란을 지켜보면서 유권자들은 이 후보의 국제정세 인식에 의문을 품게 됐다.
말을 주워담긴 했지만 처신이 가볍다는 인상마저 지우진 못했다. 하필이면 이런 일이 투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벌어졌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진 원인이 어디 5대 실언뿐이겠는가. 다만 정치인은 말로 살고 말로 죽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그래야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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