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2명, 장기기증 실천한 아름다운 순간
2022.03.12 11:19
수정 : 2022.03.12 11:19기사원문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신언규씨(56)는 지난 2월 21일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 몸을 풀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뇌출혈로 인해 뇌사상태가 됐다.
결국, 신 씨는 3월 4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신 씨는 항상 가족을 우선으로 여기고 집과 직장만을 오가다 5년 전 처음으로 본인을 위해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 20년 동안 피우던 담배도 끊을 정도로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특히 신 씨의 삼형제 모두 병원에서 간호사나 방사선기사로 근무하고 있어 장기기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신씨의 장남 호식씨(30)는 "이식을 대기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을 알기에 기증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아버지의 뇌파가 움직이지 않고 장기가 망가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들었고 기증으로 아버지가 어딘가에서 살아있다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거제시에서 손녀를 보살피던 서효숙씨(63세)는 지난 3일 자택에서 자던 중 의식 없이 발견돼 고신대학교복음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는 3명에게 간과 양측 신장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서씨의 가족들은 어머니가 생전 기증희망의사를 언급했고 평소 나누기를 좋아해 기뻐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기증에 동의하게 됐다.
아들 이현재씨(27)는 "생전에 마음을 많이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며 "베푸는 삶이 무엇인지 알려준 것에 감사하고 마지막 길도 아픈 사람들을 살린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평범한 시민이 마지막 순간에 나보다는 남을 위한 사랑으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었다"며 "시민 2명이 나눈 따뜻한 마음이 희망을 간절히 바라는 모든 곳으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