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짐꾼’이 새 정부에 주는 교훈

      2022.03.13 18:53   수정 : 2022.03.13 18:53기사원문
키는 158㎝. 몸무게는 62㎏. 16세부터 45년간 설악산 짐꾼으로 살았다. 초창기엔 130㎏ 짐도 거뜬히 옮겼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짐삯은 1시간 거리의 비룡폭포까지 6000원 정도다. 2시간 거리의 흔들바위까지는 2만원 정도다.
그에게 설악산은 직장이자 삶의 버팀목이었다.

그 주인공은 '설악산 마지막 짐꾼' Y씨다. 그는 작은 체구로 곱절 무게의 인생이란 짐을 묵묵하게 짊어져온 '작은 거인'이다. 그러던 그가 짐꾼 일을 그만뒀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가 얼마 전 출연한 방송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전언이다. 그가 방송에 출연한 후 노동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짐삯을 받는다는 시청자의 여론이 일었던 것이다. 이후 누구도 그에게 짐을 맡기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는 45년 만에 지게를 내려놔야 했다. 제3자의 개입이 부른 참극이다. 그를 도우려던 시청자의 선의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정의였을까. 어쩌면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많은 짐삯'이 아니라 '더 많은 짐'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사연은 현 정부가 어설픈 개입으로 인해 실패한 정책들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차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면서도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매번 '대책이 없는 대책'이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 2월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아파트 값은 12억6891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4월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값이다.

주52시간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기업과 근로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가하는 방식을 적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20년 법정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대출난민'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에 공이 넘어왔다. 불행하게도 윤 당선인과 새 정부가 초기부터 당면한 대내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민간부채 증가, 환율 상승, 물가 인상, 금리 상승 등이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리더십과 새 정부의 대응능력이 중요한 순간이다.

제발 새 정부는 어설픈 개입으로 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새 정부는 '작은 정부' 전략에 맞게 관치경제와 규제정책을 지양하고, 기업과 시장이 자유로운 시장경제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시장개입이 불가피할 경우 '눈에 보이는 병의 증상만을 성급하게 고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합적 진단을 통해 병의 근원을 고치는 의사'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선량한 국민이 정부의 '선무당식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금융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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