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아래서 협치는 선택 아닌 필수
2022.03.13 18:53
수정 : 2022.03.13 18:53기사원문
0.73%p 차로 제20대 대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윤 당선인의 앞에는 172석을 가진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고 서 있다. 윤 당선인이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172대 110이라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야당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국정 혼란은 불가피하다.
대선 직후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한 윤 당선인 발언 또한 '통합'과 '협치'였다. 한 데이터분석업체가 9일부터 이틀간 언론의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 윤 당선인 발언 중 인용량 1위는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였다.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는 발언도 3위에 올랐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식물정부와 식물국회를 면치 못할 게 뻔하다. 그 가늠자는 새 정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와 코로나19 추가 손실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공세에 그칠 공산이 높지만, 윤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이후 넘어야 할 첫 고개는 코로나19 피해보상이다. 50조원 이상의 재정을 확보,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나서려면 야당의 동참이 전제조건이다. 다만 코로나 피해보상과 국민연금 개혁은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이 동의한 만큼 첫 단추를 끼우는 데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공약의 이행 과정에서는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대한 입법이 시도될 경우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및 권한 축소, 여성가족부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탈원전 제동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정책의 이행 과정에서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만 협치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이 빼앗긴 민심을 되찾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아 국정운영 동력의 약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소 표차로 신승한 새 정부의 약점을 이용, 견제와 협치 사이에서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줄타기를 하는 정치적 셈법을 작동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옳은 정책의 시행은 국민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 협치의 상대방은 야당이지만, 야당을 움직이는 건 국민 여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