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돌담의 아름다움, 이필언 '25년만의 외출'展
2022.03.14 14:17
수정 : 2022.03.14 14:17기사원문
이필언 화백은 14일 "25년 전 한국일보 전시관에서 진행한 개인전 이후 첫 전시"라며 "조각 작업에 10년 몰두하다 이후 위암을 치료하느라고 10여년을 보냈더니 어느새 세월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오랜 시간 서 있어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전통 돌담은 이필언 화백에게 있어 모네의 '빛'과 같은 것이었다. 모네가 끝없이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그곳에 서린 빛을 탐구했다면, 이 화백은 돌담을 스쳐간 그림자들을 탐구했다. 우직하게 한자리를 지키고 서 있어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던 돌담에 나무 한 그루의 푸릇한 봄과 무성한 여름, 낙엽지는 가을, 메마른 겨울이 담겼다. 풀을 찾아온 소의 그림자와 그 곁에서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 근처 벤치에 앉아 따뜻한 오후의 한때를 맞이하는 사람들, 연인, 가을의 풍요로움을 기뻐하는 농악단, 또 외로운 사람 모두 야생화가 피어나는 돌담 속 그림자로 새겨졌다.
이 화백은 "어린시절 서울 남가좌동에 살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동네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돌담만은 거기 그대로였던 기억이 있다"며 "조선시대 고궁과 같이 낡은 돌담에도 그만의 고풍스러움이 있는데 그 맛에 빠져 돌담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앉아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왼쪽에 있던 그림자가 어느덧 오른쪽에 가 있어 시간의 변화를 곱씹게 된다"며 "외로울 때나 정다울 때, 슬플 때에도 혹은 혼자서 혹은 둘이서, 파란 많은 역사로 얼룩은 져도 민족의 넋이 담긴 늘 젊은 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60여년간 이어온 회화 및 조각 작업을 망라해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그가 1980년 프랑스 방타두르 미술관 특별초대전에서 선보이며 '르 피가로'지의 호평을 받은 대작 '농악'도 다시 선보인다.
이 화백은 "초창기 인물 작업부터 풍경, '담'을 주제로한 작품을 비롯해 조각 작품까지 모두 올리는데 조각은 사진 작품으로 대체될 예정"이라며 "너무 오랜만에 전시를 준비하다보니 생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를 두 번이나 연기하고 이제사 진행하는데 또 제일 심한 시기에 하게 됐다.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