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때 보자" 개미들 경고에...주총 열기 무서워진 기업들
2022.03.15 15:56
수정 : 2022.03.15 18: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총 기다려봐. 기대에 보답해줄게." 주요 기업들의 주주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경고 섞인 메시지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주총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너와 일부 기관들의 '약속된 플레이'가 이뤄지던 뻔한 주총이 아니라, 주주들을 달래면서 기업의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국민연금, 삼성전자·효성화학 등 주총에서 '반대표'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36개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88.4%가 ‘과거보다 주총 준비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사업보고서 사전 공시 의무화 등 행정 부담이 커진 데다 주주 행동주의가 강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기업을 바라보는 기관투자자들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삼성전자 지분 8.69%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 측은 삼성전자의 주총에서 경계현 DS 부문장·박학규 DX 부문 경영지원실장의 사내이사 선임,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의 침해’, '감시 의무 소홀’ 등이 주요 이유다. 국민연금은 효성화학 주총에서도 이사·감사위원 선임과 이사 보수 등의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에 배당 확대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KCGI도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과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미국 사모펀드 테톤캐피털파트너스도 한샘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1인 선임을 안건을 제안했다.
■세대 교체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신경 써야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주기적 유행)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세대 교체 등 경영진 선임도 주요 이슈다. 지난 14일 주총의 포문을 연 네이버의 경우 1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차기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재벌기업들의 경영권 승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화는 이번 주총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SK네트웍스 주총에서는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사내이사에 선임되면 3세 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기업들은 부랴부랴 경영진 선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는 김지용 안전환경본부장(부사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했고, GS칼텍스의 경우 이두희 최고안전책임자·각자대표 겸 생산본부장을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더십이 강조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경제적·비경제적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