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의 배신···대어급 IPO 성적표 전부 ‘빨간불’

      2022.03.16 16:07   수정 : 2022.03.16 16: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공모주의 배신'.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시장에 공모열풍을 불러온 기업공개(IPO) 대어들을 바라본 투자자들의 마음이다. 수십조원의 공모자금이 몰렸지만 이후 주가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모가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IPO 대어 상장 후 평균 24.61% 하락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주식 시장에 입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부터 지난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까지 대표적인 초거대 IPO 기업의 이날 기준 상장 첫날 이후 주가는 평균 24.61% 급락했다. 크래프톤을 제외하고 공모가는 모두 넘었으나 상장일 종가 기준으로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나란히 입성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주가는 각각 24.64%, 37.99% 떨어졌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주가(-28.80%)도 30%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롯데렌탈과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주가도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30% 안팎 하락률을 가리키고 있다. 현대중공업(-1.34%)만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대어급 종목들이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1일 역대 최다 청약건수(약 474만개)와 81조원 가까운 청약 증거금을 기록하며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현재 주가는 11만원이다. 지난해 23만55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 공모가(10만5000원)와 단 5000원 차이다. 소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에 성공하며 16만9000원까지 상승한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현재 13만7500원까지 떨어졌다.

공모가 산정 방식 개선 필요
IPO 대어의 추락은 최근 증시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33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2650선까지 밀렸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기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겹친 악재에 지수가 하락하면서 IPO 대어들 주가도 맥을 못 춘 것이다.

비단 증시 냉각만이 IPO 상장 종목들 주가 부진의 이유는 아니다. 상장 전후로 한껏 받았던 투자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 중국 게임 규제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수익 감소 불안감이 커지고, 단일 지적재산권(IP)에 기대는 사업 구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플랫폼 사업 규제, 예상을 밑도는 여신 점유율 및 실적,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카카오페이와 함께 주가가 좀체 기지개를 못 펴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2023대 1, 청약 증거금 114조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공매도와 니켈 등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상장 주관사가 설정하는 공모가 밴드 자체가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관사가 희망 공모 범위를 산정한 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결정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증거금 예치 없이 우선 주문을 넣을 수 있는 기관들에 의해 소위 '뻥튀기 주문'이 발생하며 희망 밴드 상단 혹은 그 이상으로 공모가가 산정되는 사례가 다수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관사들이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상당 부분 조정하고 있으나 개인 청약률에 따라 시장가격과 적지 않은 괴리를 보이고 있다"며 "공모가 결정 전 개인투자자 청약을 받게 되면 기관뿐 아니라 개인들 수요까지 포함해 검토할 수 있으므로 적정 가격 결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증시 부진 탓에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공모주 수익률이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나,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이 더러 나오는 점을 보면 상장 전 경쟁률, 기대 유동성만 믿고 밴드 자체를 높게 잡는 것"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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