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장 '달러' 기축통화 흔들리나. 사우디 '위안화' 결제 검토
2022.03.16 15:29
수정 : 2022.03.16 15:29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일 경우 국제 원유시장을 지배하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미국을 압박하려는 사우디의 전략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 외신은 15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 사우디와 중국의 위안화 표시 원유 계약 논의가 지난 6년간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중국 수출분의 위안화 결제 허용은 물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일명 ‘페트로위안’으로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허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에 대한 사우디의 실망이 커진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예멘 내전과 관련해 미국이 사우디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 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 시도에 나선 점 △미국의 갑작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등이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 수위를 높였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반면 중국은 사우디의 자체 탄도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 추진을 돕고, 네옴 신도시 개발을 비롯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쳐왔다.
하루 620만 배럴의 원유를 오직 달러만 받고 수출하는 사우디가 자국산 원유의 4분의 1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사우디를 군사 지원하는 대가로 오직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뒷받침하는 이 체제가 퇴색되면 ‘달러 패권’이 덩달아 흔들릴 수 있다. 다른 산유국들이 사우디의 뒤를 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우디가 실제 위안화 결제에 나설지에 대해선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사우디가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꺼냈던 단골 소재일 뿐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국 리얄화를 달러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의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덜 안정적인 위안화로 원유를 팔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전망에도 리스크 요인이다.
한편 애플 공급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사우디에 9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사우디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외신은 같은 날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