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ELS도 위태… 원금손실 공포 더 커졌다
2022.03.16 18:01
수정 : 2022.03.16 18:01기사원문
16일 채권평가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617억원 상당이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H지수 연계 녹인형 ELS 잔액은 9조5635억원 수준이다.
ELS는 계약만기일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고금리의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그러나 해당 지수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경우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ELS를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만기가 되더라도 원금손실이 날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 2월 1만2200선을 웃돌던 홍콩H지수는 지난 15일 6100선까지 떨어졌다. ELS는 통상 한 개 내지 두 개 종목과 짝을 이뤄 발행된다. 홍콩H지수는 주로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 S&P200 지수 등과 짝을 이뤄 발행됐다.
이에 홍콩H지수가 들어간 ELS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개별적으로 S&P500 연계 ELS 중에선 72개 종목에서 총 511억원어치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스톡스 연계 ELS 중에서는 305억원, 코스피200 연계 ELS에서는 131억원어치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녹인배리어를 터치한 지수형 ELS 대부분은 홍콩H지수와 짝을 이룬 종목들이 대부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연계 ELS 손실 공포감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 들어 우하향 하면서 118억원 상당(총 14개 종목)의 삼성전자 연계 ELS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연계 녹인형 ELS 잔액은 5조5211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월 9만원을 넘어서며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달 6만9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질 경우 녹인 배리어 터치 ELS 규모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외 서학 개미 열풍에 힘입어 인기 상품을 자리매김한 미국 반도체기업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연계 ELS 에서도 201억원 상당의 상품이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다.
결국 개인 투자자 손실 뿐 아니라 ELS를 판매한 증권사들의 운용손실 문제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는 3월에만 23.7% 하락했다"면서 "(역사적으로) 주요국 지수가 급락하면 증권사의 ELS 운용 손실이 발생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수 급락이 올해 1·4분기 증권사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증권사의 ELS 운용 손실이 발생했던 구간은 크게 △2015년 3·4분기(홍콩H지수 급락) △2018년 4·4분기(무역분쟁 우려로 주요국 지수 급락) △2020년 1·4분기(코로나 확산에 따른 주요국 증시 급락)으로 꼽힌다.
다만 과거 대비 충격은 적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강 연구원은 "지난 2020년 1분기 ELS 충격 이후 규제가 강화되며 금융당국은 각 증권사에 자체 헤지 ELS 규모의 일정수준(10~20%)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마진 확대를 위해 편입됐던 여전채 규모는 헤지자산의 10% 한도로 상한을 설정했다"면서 "이로 인해 지난 2020년과 같이 증거금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 여전채 금리 급등, 증권사의 CP 금리 급등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2020년에는 주요국 증시가 동반 하락하며 기초자산 간의 분산효과가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올해 현재는 홍콩H지수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헤지운용 부담은 2020년 대비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