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회동 앞서 날선 말들 오갔었다.."인사 협의해달라" "우린 법대로"
2022.03.17 10:25
수정 : 2022.03.17 10:32기사원문
청와대와 당선인 비서실은 오찬까지 4시간 앞둔 시점인 이날 오전 8시 동시에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안돼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언론에 대통령과 당선인간 회동 일정을 공개한 뒤 연기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은 겉으로는 화기애애하게 회동하는 모습을 연출해 왔다. 이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과의 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장 실장과 이 수석이 회동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견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의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윤 당선인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긴장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 뇌관 된 한은 총재...靑 "대통령 고유권한" Vs 尹 당선인 측 "알박기 인사 그만"
조선일보는 17일 청와대 인사의 말을 빌려 의제 조율 과정에서 "인사권과 사면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우리도 법대로 할 테니 윤 당선인도 임기 말에 법대로 하라"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사권 동결 문제와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 무산에 대해 "좋은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어 박 수석은 회동 무산 이유로 꼽히는 한국은행 총재 등 인사 문제와 관련해 "그것은 방침 방향을 별도로 설정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 차기 한국은행 총재 지명도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아니 인사권을 5월 9일까지 임기인데 인사권을 문재인 대통령이 하시지 누가 하느냐"며 "그건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앞서 정권 이양기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가 임기가 보장되는 공공기관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국민의힘에선 "알박기"란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윤 당선인 측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청와대를 향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행태가 만남을 무산시킨 배경"이라고 전했다.
■ MB-김경수 패키지 사면설에 靑 "대통령 고유권한"
인사 문제 외에도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사면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게 회동 무산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 여권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윤 당선인 측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을 통해 정치적 거래를 하려 한다는 인상을 풍긴 것 아니냐"라고 했다.
앞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MB와)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서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하고 MB는) 남겨놓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MB-김경수 바터설'을 제기하면서 기류는 바뀌었다.
현 여권에선 회동 전에 미리 의제를 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에 "대통령과 당선인이 무슨 영수회담을 하듯이 조건을 걸고 '이게 안 되면 안 만나겠다'고 하면 어떻게 만나겠느냐"고 했다. 친문재인계 중진인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사면이니, 인사 협조니 줄줄이 회동 조건을 달고 마치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 아니냐. 대단한 결례"라고 했다.
한편 이날 회동은 무산됐지만 조만간 만남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양측이 문구 조율을 통해 같은 시간에 '연기'를 발표하고 "회동 '무산'이 아닌 '연기'가 정확한 표현"이란 입장을 보이는 등 보조를 맞췄기 때문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